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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06. 2024

유방암에 걸리다. 내가-

평소와 같이 출근을 했다. 어제와 달라진 게 있다면  병원에서 묶어준  가슴에 있는 압박붕대 

압박붕대를 풀어야 하는 시간, 그리고 조직검사 결과,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되어 따뜻한 영양사실에서 답답한 붕대를 풀었다. 

벽에 걸려있는 전신거울에 비친 가슴을 보니 처참했다.

조심스럽게 가슴을 살펴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큰 멍 자국과 바늘구멍이 크게 뚫려있었다. 


평소 영양사실 문 닫지 않는 내가 이상했던지

"뭔 일 있어요?라고 조리장님이 물었다.

"사실 어제 가슴 조직검사 하고 왔어요." 떨리는 마음을 애써 누르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어머, 아파서 조직검사 한 거예요?"  

듣는 사람이 더 놀라는 것 같다. 

"글쎄,  피가 나오더라고요. 병원에 갔더니 조직검사 하자고 하더라고요.

결과가 오늘 나온다고 하던데 오전에 연락 준다더니 아직도 안 오네요."

"괜찮을 거예요. 조직검사 한다고 해서 다 암은 아니더라고요. 결과 나오면 알려줘요."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기다리는 연락은 오지 않는다.

'그래, 별일 없으니깐 연락이 천천히 오는 거겠지. 큰일 났어봐, 벌써 연락 왔지.'

라고 아무 일 없어야 한다고 그럴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신랑에게 메시지가 왔다.

"연락 왔어?"

"아직도 안 왔어. 미치겠어. 왜 문자 안 와..."

"별일 없으니깐 안 오겠지. 미리 걱정하지 마."


14시 30분쯤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느낌으로 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자 보낸다더니... 전화를? 가슴에 문제가 있구나. '

"여보세요?"

"네 여기는 000 병원인데요. 송미정 님 맞으시죠? 어제 조직검사 결과가 나와서 연락드렸습니다. 

상피내암으로 나왔어요. 더 자세한 내용은 의사 선생님과 상담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언제쯤 시간 괜찮으세요?"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암'이라는 단어만 귀에 들어왔다. 

"내일 3시 이후에 괜찮아요."

"네 그럼 그때로 예약 잡아둘게요."

"저 근데 제가 암이라고요?"

"네... 자세한 건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시면 됩니다.

수술 관련된 내용도 있기 때문에 보호자와 꼭 함께 오세요."

아무렇지 않게 대꾸하는 간호사님 때문에 별일이 아닌가. 싶은 착각에 빠졌다. 


신랑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 찰나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병원에서 전화 왔어? 걱정돼서 전화했지."

"엄마, 연락이 왔는데. 나 암 이래."


꿈인지 생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신랑에게 병원에 같이 오라고 하니 연차 좀 쓸 수 있냐 물었다. 

눈물이 막 쏟아지진 않았다. 단지 다리가, 손이 후들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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