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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11. 2024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대학병원 검진결과

검진결과의 날이 왔다. 

검진날 초음파 검사를 한번 더 한다고 좀 일찍 와달라고 했다. 

병원 가는 길부터 아니 그전부터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에 땀에 흥건하게 났다. 

'나 정말 잘 못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과

'그래, 뭐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잖아.' 하는 마음 반반이었다.


초음파를 보기 위해 또다시 가운으로 갈아입고 여러 다른 질병의 환자들과 함께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렸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초음파 실로 들어갔고 어두컴컴한 곳에서 가운을 벗고 천장을 바라보고 선생님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혹시 더 퍼졌으면 어떻게 하지.'별 걱정을 다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들어왔다. 

인사도 없이 바로 가슴에 젤을 바르고 검사를 시작했다.

초음파가 오래 걸린다는 건 문제가 있는 거다. 

문제가 없는 왼쪽 가슴은 순식간에 검사를 마쳤다. 

무음의 검사를 마치고 가슴에 바른 젤을 뻣뻣한 수건을 닦아내고 벗어둔 가운을 주섬주섬 입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드디어 검사는 모두 끝났고 

유방암 센터로 가서 검사한 결과를 듣기만 하면 끝이다. 

"오빠, 나 못 걷겠어, 진짜 무서워. 무서워 죽겠어."

"괜찮을 거야. 0기가 아니어도 1기쯤일 거야."

"1기라도 항암 하더란 말이야. "

짜증이 확 났다. 자기 일 아니라고 1기쯤일 거라고? 그게 위로야 뭐야.

등받이에 등을 대고 앉을 수 없을 만큼 초초하고 덜덜 떨렸다. 

신랑은 자꾸 편하게 앉으라고 했다. 

"지금 편할 수가 있어?" 하면 톡 쏘았다.

그렇지만 별수도 없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무슨 결과가 나오더라도 받아 들어야 한다. 


대기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의 얼굴을 머리를 살펴본다. 

오늘도 역시나 다들 담담하고 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눈물은커녕 간간히 진료실에서 웃음소리도 들린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신랑은 딸 어릴 때 동영상을 보여줬다. 

"이것 좀  보면서 마음 진정 해."

"아구 귀여워요. 맞아, 이럴 때가 있었는데."

잠시마나 딸 동영상을 보는 순간에는 떨리는 마음이 진정되었다.


대기 중에 간호사 선생님이 불렀다. 무슨 소리를 할까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선생님이 가슴을 좀 보셔야 한다고 하네요.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또 옷 갈아입으라는 것이다. 

드디어 이름이 호명되고 안으로 들어갔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검은색 의자에 앉았다.

"전이된 것 곳 없고 극초기가 맞긴 해요."

사실 벌떡 일어나 뛰고 싶었다.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하지만 

"휴, 네."간신히 감정을 억누르고 대답했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이 좀 커질 것 같아요. 가슴 전체를 절제해야 할 것 같아요."

보통 대학병원 의사 진료 시간이 짧다고 들었는데 전혀 아니다.

까칠할 것 같은데 따뜻하다. 환자가 잘 알아듣기 쉽도록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 주신다.

그러면서 성형외과 선생님과 협진할 것이라고 하셨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눈물이 나왔다.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야. 안도의 눈물이었다. 

가슴 전 절제는 다음번의 일이고 현재 전이 없고, 극초기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암 코디 선생님 방으로 들어가 수술날짜를 잡았다.

"보통 이런 수술의 경우 금액이 좀 나와요. 예전에는 성형 지원이 안 됐는데 요즘에는 복원으로 보고 지원 가능해요. 갖고 계신 실비보험도 확인해 보시고요."


집에서 걱정하고 있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초기 맞데. 전이된 곳도 없데!!!."

"그래, 너무 잘됐다. 그래 그럴 거라고 했잖아."

"그런데, 가슴을 다 들어내야 한데."

"쯧쯧, 그렇게 밖에 안 되는 거래. 아유 어쩌니..." 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좀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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