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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12. 2024

유방암 진단 받고 퇴사하다.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검사 결과도 나오고 수술날짜도 나왔으니  이젠 퇴사할 차례이다. 

"대표님 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유방암 이라네요. 수술날짜가 생각보다 빨리 잡혔어요."

"유방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팠어?"

"두 달 전쯤부터 피가 나오더라고요. 검사받아봤는데 이렇게 됐네요. 극 초기라고 하니깐 다행이더라고요."

"초기에 발견해서 얼마나 다행이야.

우리 여사님들 중에 유방암 걸린 분들은 많은데 다들 건강하게 일해, 걱정할 것 없어.

수술 언제인데?"

"일단은 다다음주에 잡혔어요."

"그럼, 그만두지 말고 한 달 정도 휴직하면서  출근하지 말고 집에서 일하면 어때? 

집에서 손가락만 까딱까딱하면 되는 건데 그것도 못할 것 같아?"

"아니요. 가족들 모두 걱정하고 저도 제 몸 좀 챙겨야 할 것 같아요."

'손가락만 까딱까딱?' 휴직하면서 집에서 일하라고?"

대표님! 집에서 일하는 건 휴직이 아니라 재택근무잖아요.

귀로 듣고도 믿을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대표님의 그런 말들에 좀 많이 놀라고 서운했다. 속상한 마음을 애써 감추고,

더 크게 웃어 보였다.


같이 일하는 여사님께도 그만둬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초기라 금방 괜찮아질 거라면서 건강해져서 다시 만나자고 했다. 

나와 제일 오래 일한 여사님은 암도 기막힌데 그만둔다는 사실도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볼 적마다 눈이 빨개졌다. 그런 여사님을 볼 때마다 더 잘해드릴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예요? 갑자기 사람이 어딨 다고 그러는 거야."

"죄송합니다."

내가 뭐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두나. 수술날짜가 이렇게 빠르게 잡힐 줄 알았나. 

꼭 그렇게 차갑게 대할수 밖에 없는건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라는 말 외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주말 이후 내 자리에 들어올 영양사가 뽑혔다고 했다. 

인수인계는 늘 빠르게 이루어지는 법이다.

지체할 틈 없이 새로 온 영양사님과 그동안 내가 담당하는 업체를 돌아다니면서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부장님, 시간 좀 괜찮으세요?"

"네. 무슨 일이시죠?"

"제가 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이분은 누구시죠?"

"제가 유방암에 걸려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었어요. 새로운 영양사님이세요."

"초기에 발견된 거죠? 괜찮을 거예요. 수술은 걱정 말고 보험 잘 알아보셔야겠어요. 퇴근할 때 잠깐 사무실에 내려왔다 가세요."

사장님실에 처음으로 들어가 봤다. 그 안에는 사장님 뿐 아니라  이사님, 부장님이 계셨다.

요즘은 의술이 좋아서 괜찮을 거라고 갑자기 암이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걱정하는 그들에게 난 괜찮다고 웃어보였다. 

사장님은 수술받기 전에 가족들이랑 맛있는 거 사 먹으라며 흰 봉투를 주셨다. 

"잘해드린 것도 없는데 받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왜 해준 게 없어요. 그동안 우리 직원들에게 맛있는 밥 해줬잖아요. 4년 동안 사고 한번 없이 일한건 운이 아니야. 실력이지. 건강해져서 다시 와요."

라고 해주셨다. 


사실 담당하고 있는 사업장에 유방암이라는 걸 굳이 말해야 할까 싶었다. 

아픈 거 소문낼수록 빨리 극복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말하고 보니 많은 응원을 받게 되었다. 


'마지막'이란 단어는 참 마음이 슬퍼진다. 


2024년 1월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이 회사에 입사할 때 더 이상의 이직은 없다. 나의 마지막 회사라는 마음으로 다녔는데

퇴사의 이유가 '유방암'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에서 나에 대한 소개를 할 때 망설임 없이 '현직 영양사.'라고 말했는데

이제 나는 어떤 사람이지?

이 직업을 그만두고 보니 나를 설명할 한 단어가 사라진 느낌이다. 

영양사는 내 삶이자 바로 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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