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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13. 2024

이젠 하다 하다 가슴성형까지 하다.

성형외과 상담날

유방암센터와는 달리 내가 평소 자주 가는 소아과와 느낌이 비슷했다. 

대기실 의자에 앉아 요즘 들어 억울한 마음이 자꾸 든다는 이야기를 엄마와 나눴다.  

"난 정말이야. 과식, 과음, 술, 담배 몸에 해로는 일은 하지도 않고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어. 

그래 뭐 찔리는 게 있다면 달달한 커피 고작 그거 한잔 마시는 게 다였는데 이렇게 가혹한 병이 왔단 말이야?

나 정말 성실하게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았는데... 엄마... 이건 진짜 억울하잖아."라고 말하는데

내 설움에 복받쳐 눈물이 나왔다. 


진료실 안에는 의사 선생님 외에도 간호사선생님, 또 인턴으로 보이는 의사 한 분이 더 계셨다. 

커튼 뒤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이번엔 남자 선생님이셨다. )

의사 선생님이 가운을 열고 내 가슴을 살펴보셨다. 환자이지만 병원은 참 부끄러운 곳이기도 하다. 

의사 선생님이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내 가슴을 보고 있는 또 다른 사람  간호사와 눈이 마주쳤다. 

깜짝 놀라며, 민망해하며 내 눈을 황급히 피하는 간호사의 얼굴을 보았다. 

그런 표정에서 내가 더 부끄러웠다.

맨가슴을  환한 형광등 불빛에서 여러 명에서 보일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젠 별 수 없다. 


"보니깐 오른쪽에 문제가 있고,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가슴을 전체를 절제한다니, 그 상실감을 어떻게 할 수 있나요."라고 엄마가 울먹이며  말했다.

엄마의 말은 하소연일 뿐이다 이젠 별 수 없다.

선생님은 

"너무 서운하게 생각 마세요. 전체 절제하는 게 전이의 걱정이 없어서 환자분이 안심하면서 지낼수 있거든요. "라고 위로를 해주셨다. 


"수술은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는 본인의 살을 떼어서 수술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보형물을 넣는 방법이에요. 

본인 살을 떼어서 하는 경우는 수술시간도 길어지고 회복도 좀 더딘 편이라  보통은 보형물 넣는 수술을 많이 하세요. 

"그럼 저도 보형물 넣는 것으로 할게요."

이것도 별수 없다. 사람들이 많이 하는 걸로 선택할 수밖에. 

선택이라고 하는데 사실 정답은 다 정해져 있다. 


선생님은 가슴 안에 넣는 땡땡볼 같은 보형물을 보여주셨다. 

부작용은 약 2% 정도록 낮은 편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작은 목소리로 부작용이 작은 편인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가슴 사이즈가 좀 있는데 큰 가슴으로 살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냐고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푸핫" 하고 소리 내 웃었다. 

어색했던 공기는 웃음으로 부드러워졌다.

"작은 가슴으로 안 살아봐서 모르겠어요."

"네 , 뭐 그러시겠죠. 한쪽만 수술하는 경우 다른 쪽 성형도 많이들 하시거든요. 

혹시 가슴 사이즈를 줄인다거나 가슴을 위로 올릴 수도 있거든요."

"선생님 저는... 성형 생각도 안 해봤어요. 그냥 이 암만 좀 없었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집에 가서 한번 더 생각해 보세요. "


진료실을 나오면서 

"진짜 미친 거 아니야? 암 환자한테 성형 수술을 하라고?"

"어차피 수술하는 거 예쁘게 같이 하면 좋지 않아?"

"엄마는 지금 제정신으로 말하는 거야? 난 싫어. 미쳤어 미쳤어. 정말."

고개를 흔들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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