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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25. 2024

울 엄마 반찬

"장모님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갔으니깐 자판기 앞에 나와있어."

엄마가 왔다는 연락이 왔다. 

링거대를 질질 끌고 자판기 앞 엘리베이터로 간다. 세 개의 문 중 어디가 열릴지 몰라 두리번거린다. 

제일 왼쪽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엄마!"

눈을 보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코와 입 그 어디쯤을 본다. 

전날밤 통화로 만나면 절대 울지 말자고 약속했다.

"고생 많았지, 얼마나 아팠어." 하며 내 등을 쓰다듬어주신다. 

"여기 못 올라오는 줄 알았어. 보호자가 바뀌면 안 된다는 거야. "

"그런데 어떻게 올라왔어?"

"내가 사정했지. 딸이 수술했는데 얼굴을 못 봐서 걱정돼서 그렇다고 얼굴 보고 오겠다고 했더니 안내데스크 남자가 나를 이리보고 저리 보더니 올라가라고 하더라."

"환자들 코로나 걸릴까 봐 면회 금지하는 것 같아. 얼굴 볼 수 있어  다행이다. "

엄마는 양손 가득 종이백을 가져왔다. 

"이것 좀 봐 엄마가 너 줄라고 만들어왔어."

"엄마, 이런 걸 뭐 하러 가져왔어. 여기도 밥 잘 나와."

"그래도 엄마가 만든 반찬 먹으면 더 입맛 돌지, 지금 너는 잘 먹어야 해."

반찬 뚜껑을 열려는 엄마를 진정시키고 병실로 들어왔다. 

옆침대 보호자님께 "우리 애 많이 도와주신다고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아 어머님이구나. 아휴, 뭐 도와준 게 있나요. 제가 있는 동안은 많이 도와줄게요. 걱정 마세요."

훈훈한 이야기를 나누고 복도로 나간다.

"일 하랴 살림하랴, 애 챙기랴 네가 얼마나 스트레스받았겠어. 엄마 나 머리가 너무 아파. 이런 말 할 때 병원 좀 가보라고 했어야 했는데." 엄마는 내가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했다.

"너무 일을 많이 했어, 그냥 영양사만 하지 너무 많이 일을 벌였어. 네가 욕심을 너무 냈나 봐. 

엄마는 내가 욕심을 많이 내서 이렇게 된 거라고 했다. 

가윤이는 잘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와 마음 절대 약하게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이왕 이런거 된거 친구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잘 이겨내 보자고 했다. 


저녁밥시간이 되었다. 

메뉴는 자장덮밥이었다. 밥만 남기고 나머지는 반찬들은 간이침대에 놓고 엄마가 만들어 온 반찬을 주르륵 꺼냈다. 

엄마가 만들어 온 반찬은 김치볶음, 멸치볶음, 브로콜리볶음이었다. 

"입맛 돌아오라고 김치만 넣고 칼칼하게 볶았어."

매번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 중 하나는 바로 엄마표 김치이다. 이건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치트키다.

"이거는 전라도에 있는 스님이 보낸 거야. 네 아빠랑 같이 머리랑 똥 따서 올리브유에 볶았어 네가 좋아하는 반찬이잖아."

맞다. 엄마 반찬은 뭐든 맛있는데 그중 나는 멸치볶음 반찬을 제일 좋아한다. 

멸치도 큰 멸치 말고 중 사이즈 멸치를 과자처럼 바삭하게 볶은 걸 좋아하는데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크기와 식감까지 완벽하게 만들었다. 

"유방암 환자에게 콩이 그렇게 안 좋다고 하더라, 올리브유가 없어서 네 아빠가 나가서 사 왔어.

브로콜리는 너무 푹 익으면 맛없는것 같아서, 샐러드같이 살짝 데쳐서 삼삼하게 볶았어. 한번 먹어봐."

흰쌀밥 김치볶음을 올려 한입 먹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퍽' 하고 쏟아졌다. 

딸 걱정하며 아버지와 엄마가 음식을 만들었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 

이 반찬을 만들면서 엄마와 아빠는 얼마나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까. 

음식이라는 게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것도 있지만 약이 되기도 하고 마음을 어루만지는 밥도 있다 것 을 울 엄마의 반찬을 먹으니 절로 느껴졌다.

"나는 있잖아, 엄마 마음 아플까 봐... 이런 모습 보이기 싫었어.(수술복 입고 피주머니차고 링거 꽂고 있는 모습) 근데 얼굴 보니깐 너무 좋아. 엄마가 등 쓰다듬어주니 너무 행복해."라고 하며 눈물이 날까 봐하지 못했던 말들을 꺼내놓는다. 

"밥 먹을 때 울면 체해. 그만해. 그만해." 하며 엄마는 애써 눈물을 참는다. 

입맛이 없어서 밥 먹기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반찬이 없어서 입맛이 없다고 느낀 것이었다.  엄마 반찬을 먹으니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엄마는 이제 돌아간다. 

"가윤이는 걱정하지 말고 네 몸이 제일 우선이야. 네가 없으면 신랑도 애도 다 소용없어. 

병원에 왜 있겠어 아프면 무조건 진통제 놔달라고 하고 밤에 안 오면 수면제도 처방받아, 절대 참지 마. 참는 게 미련한 거야."라며 내 손을 잡고 등을 쓰다듬으며 여러가지 당부의 말을 하고 타고 왔던 제일 왼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엄마는 내가 일을 많이 해서 그런거라고 했지만 어쩌면 지금의 삶의 고비가 오히려 진정으로 남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진정한 영양사의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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