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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26. 2024

아프지 않았을 땐 미쳐 몰랐던 일


입원 생활 6일 차.

처음에는 회복이 빠르게 되는 것 같았는데 이젠 하루가 다르게 좋아진다는 느낌은 사실 잘 안 온다.

퇴원할 때까지 링거 주사는 안 빼준다고 했다.

발등에 주사가 꽂혀있어 끝까지 불편할 판이다. 양쪽 발에 힘을 잘 못주다 보니 종아리며 허리가 아프다. 피주머니 꽂은 그 부위도 여전히 불편하다.

피는 아직도 연해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러다 설날 이후까지 병원에 외롭게 있을까 걱정이다.


오래 주사를 맞아서 그런가 주사액이 들어갈 때마다 발등이 아프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사액이 들어가는데 그때마다 괴로워죽겠다.

"선생님. 저... 주사가 너무 아파요."

"제가 최대한 천천히 넣을게요."

천천히 넣는다고 해도 아프다. 아파 어쩔 줄 몰라하니

 "이렇게 하면 좀 괜찮을 거예요. "하며 발등을 쓰다듬어 주신다.


나이트 간호사님이 들어오셨다.

"너무 아파하시는 것 같아서, 제가 주사액 많이 희석해 왔어요. 오늘은 진짜 괜찮을 거예요." 하셨다.

여전히 아팠지만 신경 써주는 마음이 고마워 훨씬 괜찮다고 했다.

아침에는 피검사가 있을 거라고 했다. "걱정하라고 드리는 말씀은 아니고요. 제가 진짜 주사 잘 놓거든요.

그래서 유방암 환자분들이 저 엄청 좋아해요. 저 진짜 자신 있어요. 걱정 말고 푹 주무세요."

주사에 자신감 있는 간호사가 아주 짱이다. 후광이 비치는것 같다.

다음날 아침. 역시 자신감과 비례했다.  정말 짱이다.


간호사들은 천사가 맞다.

밤을 새우면 환자들을 돌보는 그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가.

누구는 돈 받고 하는 거니깐 당연한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사 의료진이 없으면  난 어쩔뻔했나 아프지 않았다면 몰랐을 고마움이다.


점심 먹고 좀비같이 복도를 걷다 우연히 주치의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하고 불렀다.

"네, 제가 20분 후에 병실로 갈게요." 하며 정신없이 다른 곳으로 바삐 가셨다.

혹시 약속 시간보다 더 일찍 올까 봐 병실로 들어가 선생님만 눈 빠지게 기다렸다.

(역시 약속시간 보다 늦게 왔다.)

"컨디션은 어떠세요? 피 색 좀 볼까요?" 그러면서

"우리 8일 날 퇴원합시다."라고 했다.

"정말 저 8일 날 가도 되는 거예요? 흑흑... 설 전에는 집에 가고 싶었는데 흑흑"

"설날은 가족들과 보내셔야죠. 퇴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흑흑... 감사합니다. 흑흑..."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이 나왔다. 바보처럼 우느라고 물어볼 게 있었는데 하나도 못 물어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지구의 종말을 기다렸는데 퇴원날짜에 기운이 샘솟는다.


밤엔 늘 진통제를 맞는다.

간호사님들이 주사 놓으러 왔다 "화장실 잘 가시죠?"라는 질문을 꼭 한다.

병원에 있으면 변비가 온다고 하는데 규칙적인 시간에 밥 먹고 일찍 자고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이다 보니  훨씬 더 건강해지는 것 같다.

병원에 있으면서 잘 먹고 잘 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건강할 때는 중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나를 혹사시켰던 것 같다.

잘 잔 날은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지만 뒤척인 날은 입맛도 없고 몸도 아프다.

아주 기본인 잘 먹고 잘 자기 집에 가서 내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창문 너머에 헬리콥터가 보인다. 저 헬리콥터가 얼마나 뜰까 싶은데 꽤 자주 뜬다.

뜰 때 조금 시끄럽기도 하지만 환자로 있어보니 얼마나 급하면 헬리콥터까지 갈까 싶은 마음이 든다.

모든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 같다.


설 전에 갈 수 있어 마음이  행복하다.

드디어 딸을 만날 수 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날아갈 듯 좋다.

언제 끝나나 했는데 결국 한 챕터의 끝이 오고 있다.

역시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이다.

한 챕터씩 하다 보면 결국 완전히 맺음이 있을 것이다.

그날까지 정신 줄 단단히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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