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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07. 2024

나를 사랑하는 방법

다행히 성형외과 외래진료가 늦춰지지 않았다. 

오늘이 두 번째 주사를 맞는 날이다. 첫 번째 주사를 맞고 아파한 나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엄마와 이번엔 아버지까지 함께 동행한다. 원래는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아버지가 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고마운 마음을 받는다. 파업이라고 하는데도 병원에는 여전히 환자들이 많다. 

성형외과 진료실에 셋이 나란히 앉아서 순서를 기다린다. 이름이 호명되고 아버지는 대기실에 남고 

엄마와 나만 진료실로 들어간다. 엄마는 의사 얼굴을 보자마자

"저번에 주사 맞고 엄청 힘들어하더라고요. 약 좀 처방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셨다. 

선생님은 진통제를 처방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나는 선생님 얼굴을 볼 새도 없이 침대에서 옷 갈아입고 누워있었다. 

이 주사액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리는 느낌이 든다. 특히 누웠다 일어나면 울렁이는 느낌이 크게 난다. 임신한 여자처럼 나는 엎드려있지 못한다. 엎드려있는 동작뿐 아니라 옆으로도 눕지 못한다.

천장을 바라보고 곧은 자세로 누울수 밖에 없다. 바닥과 몸이 가까울수록 가슴의 압력이 높아지는 느낌이 들어 머리에 쿠션을 높게 받치고 잠을 청한다. 팔도 여전히 불편하고 불편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의사선생님은 가슴을 보시면서 "꿰맨 부위가 잘 아물지 못했네요. 소독을 다시 좀 하셔야겠어요."라고 하셨다. 아침마다 소독하지 않아 좋았는데 다시라니...에라이, 좋다 말았다.

소독이라는 단어에 아침마다 드레싱 해주시던 전공의 선생님이 떠올라 "병동에서 매일 만났던 전공의 선생님 잘 계시죠?"라는 나의 물음에 선생님은 "병동에 아무도 없어요. 다 갔어요."라고 체념한듯 말씀하셨다.

나를 담당해주셨던 그분만은 아닐줄 알았는데.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졌다.

눈을 뜨고 가슴 위쪽으로 주사기를 꽂는것을 본다. 오늘도 5통 넣냐고 여쭤보니 그렇다고 하셨다. 

4통 넣을 때쯤부터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선생님. 저 가슴이... 아픈 게 아니고... 아악... 답답하고 무거워요."라고 저번과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다시 한번 오이지 같은 느낌을 느끼며 끙차 하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선생님은 "저번에 주사 맞은 것보다는 훨씬 괜찮으실 거예요. 다음 예약일에 뵙겠습니다." 하셨다. 

나는 오늘도 역시나 허리를 다 펴지 못한 채 진료실에서 걸어 나왔다. 

아버지가 얼마나 아팠냐며 걱정하셨다. 내가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데 나는 두 노인의 보살핌을 받는다.

아버지의 따뜻한 차를 타고 편하게 집으로 간다. 의사 선생님 말처럼 처음 주사 맞을때 보다는 덜 고통스러웠다. 

걷는 것만큼 회복에 좋은 것 없다고 생각해 매일 만보를 걷는다. 

내가 유일하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게 바로 걷기이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줄 아는 사람)

요즘 공원에는 운동기구들이 많이 있다.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팔 돌리기 기구를 사용해 본다. 

오른쪽 팔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가지 않는다. 퇴원하고 시간이 꽤 지났다는 생각이 드는데 팔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거 밖에 안된다고? 이럴 수가 있나. 젠장.' 눈물을 짜면서 팔을 조금씩 돌려본다. 조금만 하면서 몇 번 올리다 보면 겨드랑이가 너덜너덜 해지는 느낌이 든다. 재활선생님이 스트레칭은 조금 아프다 할 정도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하다 보면 괴로워서 마음과 타협을 쉽게 한다.

눈에 보이게 회복이 되진 않지만 더 아파지지 않아서 다행인데 자꾸만 욕심이 난다. 

내일은 좀 더 팔이 안 아팠으면 내일은 저리는 게 좀 더 나아지기를 빈다.


요즘 나는 나의 몸과 정신을 관찰한다. 이렇게 나에게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나 싶다. 

아프기 전에는 내 기분 따윈 상관없었다.(나의 기분은 생각하며 산 적이 언제인가 싶다.)

하지만 지금은 이기적일 정도로 '나만' 생각한다.

내 기분과 내 몸 상태를 유심히 살핀다. 힘들면 쉬고 좋은 음식 먹고 매일 운동하고 잘 자려고 노력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나에게 선물해 준다. '나를 사랑하라'라는 말을 책에서도 많이 보고 많이 들었는데 아프고 나서 이렇게 실천하는 날이 온다. 오랜만에 유방암으로 네이버에 검색해 본다. 

희망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다행히  모든 유방암 환자들의 끝은 해피엔딩인 것 같다.

이랬고, 저랬지만 결국 다 나아 보통의 삶을 찾았다는 아름다운 내용이다. 

나처럼 울보 보다 씩씩한 분들이 참 많다. 그에 비해 나는 참 감사한 경우인데, 나는 지겹게도 우는 것 같다. '이젠 절대 안 울어' 하면 더 우는 것 같다. 울고 싶으면 울어서 스트레스 풀어야겠다. 

어쩌면 우는 게 나의 스트레스 푸는 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또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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