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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09. 2024

몸과 정신은 하나


재활센터로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는다. 2번째 방문이다. 자난번에 치료해 주셨던 'F' 선생님이 환한 얼굴로 반겨주신다. 잘 지내셨냐며 안부를 물어본다. "선생님 이제 저 안 울어요. 몸이 많이 좋아졌거든요"라고 한다. 요즘 부쩍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고 있다. 몸이 조금씩 괜찮아지니 눈물이 잘 나지 않게 되었다. 몸과 마음은 별개가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는 중이다. 

선생님은 싱긋 웃으며 "자 그럼 얼마나 좋아졌나 한번 볼까요? 이쪽으로 누워보세요." 하셨다. 

저번과 똑같은 침대에 똑같은 상태로 눕는다. 따뜻한 손으로 겨드랑이 부분을 눌러준다.(근육을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그리고 이내 손을 위로 들어보라고 한다. "오~ 정말 좋아졌는데요. 이젠 여기까지 올라갈 수 있네요. 그럼 이것도 한번 해볼까요? 아주 좋아요. 진짜 너무 좋아졌어요."라며 칭찬일색이다. 병원에서 칭찬이라니. 잘한다 잘한다 하니깐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보다 더 팔을 들어 올려본다. 

겨드랑이가 너덜너덜 해질 때쯤 다시 마사지 시간이 있다. 다정한 선생님이 "이제 팔의 가동범위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약 10도 정도만 올릴 수 있으면 될 것 같아요." 하셨다. 일상생활 속에 내 스스로가 팔 사용 시 괜찮아짐을 많이 느끼고 있다. 단 머리 위로 손을 뻗어 물건을 잡으려 할 때 찌릿한 느낌을 아직도 받는다. 아마 그게 재활선생님이 말하는 그 10도일 것이다. 높은 건조대에 빨래를 걸 때, 주방 선반에서 위생장갑을 꺼내려 손을 뻗을 때 그때 찌릿한 느낌을 받는다. 

"선생님 저 며칠 전에 친구도 만났고 복직도 했어요."라고 묻지도 않는 말을 한다. 

"집에 있는 것보다 복직할 수 있으면 나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잘됐네요."라고 해주신다. 

그러면서 무거운 거 드시고 무리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

수술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나는 여기 누워있는 사람과는 다르다. 건강해져서 평범한 하루들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나 보다. 

선생님은  누워서 하는 동작 말고 벽에 붙어 서서 할 수 있는 동작들도 알려주셨다. 

벽에 붙어 손을 천천히 올리고 내리는 동작인데 누워서 할 때와 느낌이 다르다. 여전히 만세 동작이 잘 안 된다. 나의 서 있는 자세를 보더니 교정도 해주신다. 가슴을 수술하다 보면 움츠러들 수가 있다면서 날개뼈 있는 곳을 쫙 피고 걸어보라고 했다. 습관이 되면 옷맵시도 좋아질 거라면서 하셨다. 그러면서

"앞으로 지금보다 더 좋아지실 거예요. 파이팅!"이라고 해주셨다. 따뜻한 선생님의 응원을 받으며 울지 않고 담백하게 치료를 마치고 나왔다.


병원에서 걸었던 것처럼 퇴원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비가 와도, 발에서 피가 나도록 걷고 또 걸었다. 걷는 것만큼 회복에 좋은 건 없는 것 같다. 팔이 부어있는 느낌이 들어도 나가서 조금 걷다 보면 붓기가 쏙 파지는 느낌이 든다. 신랑이 운동화를 사러 나가자고 한다. 신발 있는데 뭐 하러 사냐고 했더니 운동화가 편해야 발이 덜 피곤할 것이라고 러닝화 사러 나가자고 했다. 봄을 닮은 예쁜 색의 러닝화를 구입했다. 신랑말대로 오래 걸어도 발이 훨씬 편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신랑의 마음도 들어 있어서 더 그렇게 느낄 것이다. 미우나 고우나 이 사람 밖에 없다.


아팠던 팔이 많이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어 오랜만에 요리를 해본다.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게 맵지 않게 두부조림을 만들어본다. 유명한 요리 유튜버의 레시피를 보니 스테이크를 올려 두부조림을 만들 수 있길래 집에 남아 있는 스테이크를 올려 멋지게 만들어 본다. 음식을 만들면서 블로그에 올릴 사진도 찍는다. 

오랜만에 내가 직접 한 요리를 올리니 아프지 않았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역시 내가 돌려놓으면 되는것이다. 

주방 식탁에 앉아 블로그를 쓰는 모습을 본 신랑이 "네가 예전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 기분 좋다."라고 해주었다. 블로그 하는 나를 매일 쯧쯧 하는 눈빛으로 본 신랑이 달라졌다. 


다음날 아침 주문한 야채들을 손질한다. 환기도 하고 청소기도 돌리고 집안일을 하는데 콧노래가 나왔다. 이렇게 여유로웠던 아침이 있었나 싶으면서 행복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전혀 없는 이 상황이 현실인가 싶다.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마음의 여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는데 몸과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니 정신적으로 평안한 시기가 되었다. 

며칠전만 해도 나만 생각하자 싶었는데 몸과 마음의 여유가 찾아오니 가족들을 살펴보게 된다.

아이의 반찬도 신경 쓰게 되고 퇴근하고 돌아온 신랑이 얼마나 피곤할지 나도 느낄 수 있었다. 

같이 회사 다닐 적에는 빠르게 만들 수 있는 반찬으로 한 끼 겨우 때우고 퇴근하고 돌아온 신랑이 피곤하다고 하면 당신만 피곤하냐면서 닦달하던 나날들이었다. 그땐 그렇게 하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앞만 보면 휴식이 뭔지 모르고 살다 보니 무서운 병이 왔나 싶다. 

노는 게 이렇게 좋은 거라고 왜 아무도 말 안 해줬나 싶다. 영원히 몰랐으면 억울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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