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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10. 2024

나의 새 가슴

시간이 어찌나 빨리 가는지 금방 일주일이 흘렀다. 오늘도 부모님과 함께 병원으로 간다. 외래 대기실에 사람이 많기도 하다. 예약시간이 한 시간이 늦춰진다는 문자가 들어온다. 벌써 3번째 주사인데 맞을 때마다 무섭다. 순서가 다가오면 손에 땀이 난다. 무서워서 다리가 벌벌 떨린다. 무섭다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선생님은 반가운 얼굴로 들어와 주사를 주입한다. 그러면서 "오늘은 3통만 넣어도 될 것 같아요." 하셨다. 주사를 맞을수록 출렁이는 느낌은 사라지고 돌덩이같이 꽉 찬 느낌이 든다.

오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더 이상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가슴이 꽉 찬 느낌이 들었다.

옷을 입고 나오니 기쁜 소식을 알려주셨다. 5번 예상했던 주사액 주입이 3번으로 끝날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너무 좋아 소리 지를 뻔했으나 감정을 숨기고 "다행이네요."라고 했다.

한 달 후에 경과보고 2차 수술 날짜를 잡자고 하셨다. 이야기 나눈 김에 2차 수술에 대해 여쭤보았다.

"2차 수술 끝나면 저는 치료과정이 마무리되는 건가요?"

"내년 초 까지 치료할 것 같아요."

"그렇게 길어지는군요. 그럼. 저 여름에 수영장도 못 가고 이렇게 불편한 상태로 지내야 하는 거예요?"

"2차 수술을 하면 일상생활은 다 하실 수 있어요. 내년까지 치료가 이어지는 것은 유두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에요."

"아... 유두를 수술할 때 같이 만드는 게 아니군요?"

"유두는 외래에서 만들 겁니다. 문신하는 것처럼..."

"선생님, 저 괜히 들은 것 같아요. 더 이상 말씀 안 해주셔도 될 것 같아요. 일단 알겠습니다."라고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다.


외출하기 전 얇은 티셔츠를 입고 거울을 본다. 오른쪽 가슴이 동그랗고 예쁘다. 그에 비해 왼쪽 가슴은 중력의 힘을 이겨내지 못해 아래로 내려가 있다. 수술하기 전 왼쪽 가슴 성형수술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지인과 친구들이 수술 전에 별거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은 뜻으로 새로운 가슴으로 태어나는 걸 축하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런데 올라붙어있는 새 가슴을 보니 우주최강 겁쟁이인 내가 왼쪽 가슴까지 빨리 수술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사람은 정말 대단하다. 무겁다 답답하다. 저리다. 해도 다 적응이 된다. 그냥 그러려니 살게 된다. 최고의 약은 역시 시간인 것 같다.


며칠 후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미정~ 잘 지내고 있어?"

"야~ 우리나라 의료기술 장난 아님. 나 새 가슴으로 태어났잖아."

"미쳤나 봐, 봐봐 내가 하라고 했잖아."

"그때 나 왜 고민한 거야? 그때 그 친구는 어떻게 됐어?"

"유리? 유리는 항암시작했다고 하더라, 항암 하면 머리뿐 아니라 눈썹도 다 빠진다고 눈썹 문신도 해놓고 하더라고."

"야 걔 진짜 최고다! 유리는 멘털이 정말 강하구나! 나는 팔이 아직 좀 쓰기 불편한데 걔는 어떻데?"

"겨드랑이 쪽에 자꾸 물이 차나 봐. 수술 직후부터 그랬던 게 아직도 그런가 봐. 항암 하면 힘드니깐 요양병원도 알아보더라고, 야 너는 진짜 운 좋은 거야. 다행인 거야."

"유리 항암 힘들어서 어쩌냐 진짜로, 누가 그 마음을 알 거야. 내가 힘들 때 가장 위로가 됐던 말이 너를 위해 기도할게 라는 말이었거든. 민정아 유리한테 꼭 전해줘. 내가 항암 잘 마칠 수 있게 기도한다고 마음을 다해 기도하겠다고 꼭 전해줘."라며 눈물의 통화를 마쳤다.


요즘은 유튜브를 통해서 유방암 환자 팔 운동법을 찾아본다. 그러다 보면 연결되는 내용으로 유방암의 생존율, 유방암 자가 진단방법, 유방암에 좋은 음식 나쁜 음식들도 나온다. 팔 운동법을 찾다 다른 길로 또 새 버리기 일쑤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흔한 암은 갑상샘암에 이어 유방암이 두 번째로 높은 %를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4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억울한 마음이 누그러진다.

유방암 진단받았을 때는 무서워서 찾아보지도 못했던 수술 후 5년 생존율

기수를 0기부터 4기까지로 나누는데 암의 크기, 겨드랑이 림프절의 침범 정도, 유방 외의 다른 부위로의 전이 여부에 따라 기수를 나눈다.  0기는 100% 1기부터 2기까지는 생존율이 무려 90%가 넘는다. 3기의 경우도 70%가 넘고 4기의 경우는 30%대로 많이 내려가긴 하지만 역시  다른 암들에 비해 생존율이 좋은 암은 확실히 맞는 것 같다.(대한민국 최고의 명의가 들려주는 유방암 참고)

유방암 자가 진단법도 나오는데 자가 진단법보다는 적극적으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가장 궁금해하는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이다.

유방암 주치의 선생님은 가리는 것 없이 다 먹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유방암엔 어떤 게 음식이 나에게 약이 되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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