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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19. 2024

목숨 걸고 다이어트

나는 좀 뚱뚱한 편이다. 유방암에 재발에 가장 안 좋은 것이 비만이라고 했다. 이제 나는 진짜 목숨 걸고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이 뚱보 유전자는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다. 엄마가 유산을 많이 하는 바람에 이번만큼은 몸조심을 하느라 잘 움직이지 않으셨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같이 태어난 다른 신생아들의 2배 크기인 4.8kg 우량아로 태어났다. 그 병원에서 가장 큰 아기로 불렸다고 한다.


초등학생 때 친척 오빠가 "꽃돼지"라고 놀릴 정도로 학창 시절을 내내 뚱뚱했다. 가끔 예전 사진을 보면서 "나 진짜 뚱뚱했었다."라고 하면  "그땐 뚱뚱한지 몰랐어." 라며 엄마가 말한다. 하도 엄마가 "미정이는 참 예뻐"라고 해서 나는 정말 내가 최고로 예쁜 줄로만 알았다.(결혼 후 9년 만에 게 얻은 자녀인 만큼 부모님의 사랑은 대단하다.) 그런데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알게 되었다.

같이 일하던 부장님이 "너는 양심이 있으면 저녁에 단호박 죽만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라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었다. 그날부터 나는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그 당시에는 그 인간이 미웠지만 지나보고니 쓴소리 해줘서 더 바짝 정신 차릴 수 있었다.

20살 때 태어나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저녁을 굶고 집 앞에 있는 공원을 예나 지금이나 걷고 또 걸었다. 그러다 보니 차차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체중계의 눈금이 줄어드는 게 보이니 더 열심히 하고 싶어졌다. 그렇게 결혼하기 전까지 체중관리에 아주 예민하게 굴었다. 리즈 시절이라고나 할까. 결혼식날은 내 생애 최고로 날씬한 몸으로 웨딩마치를 올렸다.


그런데 사람의 몸은 참 이상하다. 회귀하려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야식을 먹지도 않는데 조금씩 살이 찌기 시작했다. 언제나 여유롭고 그러려니 하는 성격의 신랑은 살쪄서 스트레스받는다는 나에게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걸 믿으면 안 됐었는데. 체중에 조금씩 느슨해졌고, 그러다 임신을 하게 되었다. 내 아이는 크게 낳고 싶지 않아 체중조절에 또 한 번 열을 올린다. 다행히 나도 살이 많이 찌지 않았고 딸도 3.2kg로 출산했다. 광기의 육아로 예전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첫 아이를 출산하면  다들 2-3킬로 정도만 빠지지 않지 대부분 예전 몸무게로 돌아온다.


그럼 대체 또 언제부터 살이 찌기 시작했는가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 내용증명이라는 종이를 받고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a4용지) 식음을 전폐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살이 확 빠졌는데 갑자기 그 이후로 요요처럼 살이 찌기 시작했다. (고백하자면 대략 7킬로는 찐 것 같다.)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러니하게 우리 집 체중계는 고장이 났다.

그 후로 현재까지 뚱뚱이로 살고 있다. 허리사이즈는 나날이 들어가고, 엉덩이는 옆으로 퍼진다.

이젠 딸까지 나를 놀린다. "엄마 다리는 백숙, 엉덩이는 하마래요."하고 말이다.

뚱뚱하다고 놀림을 많이 받았는데 이렇게 기분 나쁘지 않은 놀림은 또 처음 경험해 본다.

딸이기 때문에 기분이 안 나쁘기도 하지만 내가 뚱뚱하다는 걸 나 스스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퇴원 후 2달, 이젠 식단도 병행한다. 양배추가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니깐 양배추덮밥을 해 먹고 토마토가 좋다고 해서 토마토 요리를 해 먹는다. 요즘 다이어트 트렌드는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고 한다. 방법은  밥 먹기 전 야채를 한 움큼 집어 먹고 단백질 먹고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먹으면 된다고 한다.이런 방법으로 식사를 하면 혈당 스파이크를 막을수 있고 특히 뱃살이 많이 빠진다고 들었다.  또 유튜브를 보면 이거 먹고 10kg 감량! 이 운동만 하면 일주일안에 4-5kg 뺄 수 있다며  식단과 운동법을 알려준다. 비포 에프터 사진을 보여주니 혹 한다. 남들은 이렇게 잘 빠지는데 나는 1kg도 빠지지 않는 걸 보면 불가사의하다.

다음으로는 과자 간식은 절대 먹지 않기, 단음료 먹지 않기인데 이것이 가장 환장할 노릇이다. 삶의 낙이 없다. 인생에 단 게 없다니. 나에게는 고기가 없는 삶보다 더 슬프다. 마지막 다이어트 필살기! 내가 한 다이어트중 가장 큰 효과를 본 저녁 6시 이후에 금식하기. 대체 예전에는 어떻게 안 먹었는지 과거의 내가 궁금하다. 지금은 저녁 6시에 안먹고  참으면 밤 8시에 배가 고파지며 저절로 딸이 남긴 과자에 손이 간다. 그럴 때면 뱃살을 한번 만져보고 정신줄을 잡는다. 내일 아침에 피 뽑는 검사가 있다고 생각하고 참아본다. 식탐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기 전에 쿠팡에서 욕망의 음식을 주문한다. '꼬르륵' 소리와 함께 정신없이 장바구니에 집어넣는다. 유방암 걸린 것도 화가 나는데 살도 찌지 않아야 한다니 삶이 너무 가혹하다.


한 달 동안 음식의 유혹을 참아본 후 공복 상태로 체중계에 올라간다.

으악!!!

단 1g도(1k아니고) 빠지지 않았다. 아악!!! '이럴 수는 없어" 하며 내려갔다 다시 올라간다. 역시 숫자는 변함이 없다.절망이다.

퇴근하고 돌아온 신랑에게 "살이 1kg도 안 빠졌더라."라고 시무룩하게 말했는데 "그냥 삼시세끼 먹으면서 스트레스받지 마"라고 한다. 역시 남/편이다. 괜히 말했다 싶다.

20대 시절에는 체중의 변화가 보일 정도록 금방 빠졌는데 이젠 다이어트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살이 안 빠지는지 이유를 분석해 본다. 안 그러면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아마 유방암에 걸려 먹고 있는 타목시펜이라는 호르몬 약 때문일 것이다. 약 박스 안에 들어있는 타목시펜의 부작용을 읽어본다. 봐봐,내가 그럴줄 알았다.  여기에 적혀있다. 체중증가.

내가 문제가 아니었다. 순전히 이 약 때문이다.

비만하지 말라면서 체중이 증가할 수 있는 이 약을 왜 먹으라고 하는 건지. 유방암 어렵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체중이 증가 안 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 본다. 오늘도 인간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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