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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20. 2024

2차 수술 날짜 확정

성형외과 예약날이다. 팔의 움직임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운전해서 병원에 다닐 수 있다.  혼자 가기 무서워서 엄마와 함께 동행하기로 한다. 병원 파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2차 수술이 미뤄지지 않아야 할 텐데 라는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뉴스에는 연일 전공의는 돌아올 생각이 없다. 교수들도 사직서를 낸다. 정부는 방침대로 진행한다고 강대강으로 붙어있다. 그러는 동안 환자들만 제때에 치료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이다. 어김없이 대기실에 앉아 

"엄마. 교수들도 다 사직서 낸다는데 내 주치의 선생님도 사직서 내면 어쩌지? 그래도 해주던 분이 끝까지 마무리해 주면 좋은데." 

"그럴 일 없어. 의사들도 자기 밥줄이 걸린 문젠데 쉽게 그만 못 둬." 

"밖에 나가서 개인 병원 차릴 수도 있잖아." 

"개인병원 차리는 게 뭐 한두 푼이야? 대학병원 같은 데는 수술만 해도 되지만 나가봐 사람관리부터 할 게 얼마나 많겠어. 그냥 있는 게 낫지."라고 했다. 

그래도 만에 하나 담당 교수가 사직한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다. 


예약시간에 맞춰 이름을 불렀다. (처음 있는 일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역시나 갈아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으라고 했다. 한 달 만에 만나는 반가운 선생님이다. "잘 지내셨어요?"라고 반갑게 물어본다. 

"네 적응이 됐나 봐요. 괜찮았어요."라고 쾌활하게 말한다.

"우리가 왼쪽 가슴도 성형한다고 했었나요?"라고 물으셨다. 

"네, 맞아요."라고 답했다.  

선생님은 양쪽 가슴을 보더니 "왼쪽 가슴을 10-15% 정도 줄이면 좋을 것 같아요." 하셨다. 줄이라고는 예전에 여러 번 권하셨다. (유방암 주치의 선생님까지도) 그런데 좀 아플 수 있다는 말에 줄이는 건 내 계획에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하두 볼 적마다 줄이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봐서 궁금한 걸 여쭤봤다. 

"선생님, 가슴 사이즈를 줄인다는 것이 예를 들어 A, B, C컵이 있잖아요. 얼마나 줄여지게 되는 거예요?"

이번 기회에 알았다. 나는 가슴이 작은 게 싫다.  지금의 풍만한 가슴이 좋다. 

"많이 줄이는 게 아니고 조금만 줄이면 지금보다 훨씬 예쁠 것 같아서 그래요." 

성형외과 전문의가 가슴이 예뻐진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안 하겠다고 하는 환자가 얼마나 있겠는가. 

예뻐진다는 그 말이 "그럼 줄일래요."라고 단숨에 답했다. 병원이라는 곳은 나의 생각이 없어지는 곳이다. 

 "그럼, 리프팅과 사이즈 축소 함께 진행하겠습니다." 하셨다. 

"선생님 저는 그럼 2차 수술은 언제쯤 할 수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우리 언제쯤 할까요?" 라며 되물었다. 질문이 소리인가 싶어 빙긋 웃기만 했다. (알고 보니 아이가 있으니 방학때 할 것인지 아닐 것인지를 물어본 것이라고 했다.) 컴퓨터 화면을 보시더니 

"6월 11일 날 입원해서 12일 날 하는 걸로 합시다."라고 하셨다. 

드디어 수술 날짜가 잡혔다. 다행이다. 그때까지는 선생님 그만둘 생각이 없다는 것이니깐 그것도 참 다행이다. 파업이라고 해서 진료가 늦춰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가운을 갈아입고 나와 검은색 뱅글 돌아가는 의자에 앉아 궁금했던 질문을 한다. 

"수술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더니 

"왼쪽 수술은 유룬 위쪽 부위를 9시에 3시 방향으로 절개를 할 거예요. 그리고 지방을 빼고 살을 끌어올릴 거고요. 오른쪽은 지금 찢어둔 그 부위를 다시 찢어서 보형물을 넣을 거예요." 

"찢어던 그 부위를 또 찢는다구요?" 

"다른 데를 찢어서 상처를 또 내는 것보다는 낫죠." 주치의가 말한 대로 찢은 부위 또 찢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맞다. 그런데 아직 수술하지도 않았는데 그 부위가 아픈 것 같다. 

"입원은 얼마나 해야 해요? 보호자는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아이가 있어서."

"대략 4박 5일 할 거고요. 보호자는 하루만 있으면 충분해요."

"선생님 제가 오른쪽 여기 팔부터 뒤쪽 그니깐 몸통 여기까지 신경이 전혀 없어요. 신경은 돌아오죠?"

"그럼요. 빠른 분들은 수술 후 4개월 만에도 돌아오고 대부분은 6개월이면 돌아와요." 

"지금은 오른쪽 가슴이 뭐라고 해야 하나 촉감이요. 지금은 돌덩이 같아요. 보형물을 넣으면 예전과 같은 촉감을 갖게 될까요?"라고 물었다. 사실 부분이 가장 궁금했다. 

사실 신랑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 하는데 이런 촉감으로는 영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대답은 "당연하죠!"였다. 

"수술은 몇 시간 걸릴까요? 통증은 얼마나 있어요?"라고 마지막 질문을 했다. 

"수술은 3시간 정도 걸릴 거고요. 통증은 사람마다 달라서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처음에 했던 수술보다는 훨씬 덜 아플 거예요."라고 하시면서 "어쩌면 안 아플 수도 있어요."라고 하셨다. 

'어쩌면 안 아플 수도?' 너무 기분 좋은 말이다. 의사가 이 정도로 말했다는 것은 정말 참을만하다는 거니깐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네 가슴 봤어. 흑흑..." 하며 엄마가 흐느낀다. 커튼이 쳐 있었는데 어떻게 봤다는 거지 싶었다. 아마 의사가 들어오면서 커튼을 좀 활짝 열고 들어온 모양이다. "마음이 찢어지더라. 왜 말 안 했어 흑흑... 엄마는 네가 그렇게 감각이 없는 줄 몰랐어... 흑흑... 하면 눈물을 흘린다. "괜찮아." 하며 나도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엄마가 너 수술할 때 맞춰서 올게. 가윤이 걱정하지 마." 하셨다. 역시 엄마 밖에 없다. 

퇴근하고 돌아온 신랑에게 기쁜 소식을 전한다. 

"오빠, 나 가슴 줄이면 더 예쁜 가슴 가질 수 있데!"라고 했더니 신랑이 "의사가 영업했네."라고 했다. 

오늘도 울고 웃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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