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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08. 2024

한입먹으면 여름이 내입으로

오늘 낮에는 집에 있는 애호박 잔뜩 넣어서 간단한 비빔국수나 만들어 먹어야겠다. 

나만을 위해 밥을 차리는 이 시간이 행복하다. 게다가 매일 먹고 싶은 게 다양하게 생기는 것도 신기하다. 단지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요리하는 자체를 즐기고 있다. 물론 뒷 정리하는 것은 귀찮긴 하다. (요리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 집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외식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반찬도 사 먹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내가 해서 가족들을 먹이려고 한다. 아프고 나서는 다이어트식으로 먹으려고 한다. 다이어트식이 바로 건강식인 것인데 군것질을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으려고 애쓰고 있는 중이다. 채소는 그렇다 치지만 과일은 진짜 안 먹었던 편이다. 과일 먹으려고 닦고 깎고 하는 게 귀찮다 보니 가족들을 잘 챙겨주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내 장바구니에는 제철과일과 사과, 토마토 등은 알록달록 과일들이 구매목록에 들어가 있다.

이제 나의 점심 애호박간장비빔국수를 만들어봐야겠다. 

국수 양은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배고프면 한 줌에 집는 양이 많아진다. 끓는 물에 넣으면서도 부족한 것 아닌가 싶어 계속 조금씩 더 넣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 보면 먹어야 하는 양이 확 많아져 후회하기도 한다.(후회할 적보다 많이 먹어 기쁜 날이 더 많긴 하다.)

애호박과 소면을 보면 나는 왠지 모르게 싱그러운 여름이 생각난다.

잘 삶은 소면을 찬물에 찰방찰방 헹구는 장면과 땡볕의 한 여름 밭에서 갓 딴 호박 따서 부침개 부쳐 먹는 장면이 떠오른다. 내가 경험한 것은 아니고, 동화책에서 많이 봤다. 동화책에서 보면 국수 먹는 장면은 겨울보단 여름이 배경인 경우가 많다. 나도 어릴 때 시골에 살지 않아서 시골에 대한 추억을 아이처럼 동화책에서 배웠다. 

물을 끓이면서 재료들을 손질한다. 애호박을 채 썰어 프라이팬에 붓고 갖은양념을 넣어 간을 한 후 볶아준다. 밍밍한 국수에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을 추가한다. 



이번엔 국수 간장 양념간장을 만든다. 간장, 참기름, 설탕, 그리고 식초를 넣어준다. 

식초가 조금 들어가야 밀가루 냄새가 좀 잡힌다고 한다. 설탕이 녹을 수 있게 잘 저어준다. 그 볼에 찬물샤워 마친 국수를 양념이 골고루 배일수 있게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볶아준 호박과 청양고추 통깨를 톡톡 뿌려주면 완성이다. 청양고추가 들어가지 않으면 유아들도 먹을 수 있는 국수가 완성된다. 비빔면처럼 매콤한 국수가 먹고 싶을 때도 있지만 이런 순한 맛의 국수도 가끔 생각이 난다.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는다. 씹을 겨를도 없이 후루룩 하고 넘어간다. 

이 국수에 잘 익은 엄마표 열무김치를 얹어 먹으면 기가 막힌다. 

한 그릇 배불리 먹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보리차 한잔 따라먹으면 딱이다. 

아~~ 여름이 입안으로 들어오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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