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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06. 2024

네 말들은 다 틀렸어.

다 틀렸다. 

내가 유방암이라는 사실을 알렸을 때 경험자가 아닌 사람들이 알려준 것은 다 틀렸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암환자에게  감 놔라 배 놔라 한다. 


암의 유경험자인 내가 팁이라면 팁을 적어보려고 한다. 


유방암 의사 선생님 명의를 만나야 한다며 유명한 선생님을 찾아 예약하라고 했지만 그 말은 틀렸다. 

내 경우 유방암 주치의 선생님보다 성형외과 선생님을 더 많이 만나고 있다. 

나의 암 타입에 따라 치료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선생님만 알고 있다. 

항암치료 하는 사람들은 혈액종양과 선생님을 훨씬 더 많이 만나고 방사선 치료가 있는 경우는 초음파 선생님을 더 많이 만나게 된다. 유방암은 단순히 유방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과들의 협치로 치료가 이루어진다. 


빅 5 병원에서 치료한다고 했다. 그 병원들이 아니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것도 틀렸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이 있다면 그곳에서 진료받는 게 맞다. 만약 집에서 먼 곳을 선택해서 다녔다면 병원 갈 적마다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환자는 수술 후에도 생각보다 외래를 자주 다녀야 한다. 

항암치료 및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되면 집처럼 드나들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팔 재활치료도 받아야 하고 부인과 협진도 다녀야 한다. 이렇게나 많은 외래들이 기다리고 있다. 


검사는 여러 곳에서 받아봐야 한다고 했다. 그것도 틀렸다. 

처음 조직검사 병원에서 슬라이드라는 것을 주는데 그것이 딱 한 개 밖에 없다.(아주 중요한 검사지이다.) 조직검사를 한 병원에서 검사지를 주면서 깨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 정리하자면 우리 병원에서는 줬고 깨지면 내 부주의라는 내용이었다. 한 개 밖에 없는 그 조직검사지를 갖고 이병원 저 병원에서 검사할 수 없다.

검사는 하루종일 한다. 피검사, 엑스레이 등 간단한 검사는 여러 번 해도 상관없지만 CT, MRI, 뼈전이 검사는 여러 번 할 검사가 못된다. 특히 MRI는 검사가 가장 피곤하다. 시끄러운 통에 들어가 엎드려 20분을 누워있어야 한다. 공황장애나 폐소공포증 있는 분들은 검사가 힘들다고 했다. 나는 그런 게 없음에도 괴로웠다. 환자에게는 이런 검사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을 선택하면 이제 병원에 나의 병을 맡기면 된다.


유방을 전체절제를 하는 것보다는 부분절제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이 명제는 환자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체절제를 한 나는 차라리 재발의 위험을 갖고 사느니 전체를 절제한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복원수술이 없었기 때문에 전체절제하는 것이 환자에게 크게 다가왔을 것이다. 나도 처음 막 수술 하고 나왔을 때 사라진 가슴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복원 성형도 잘 돼있기 때문에 상실감을 느낄 겨를이 크게 없었던 것 같다. 전체 절제를 했지만 금세 예전과 똑같은 가슴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성형외과 시술이 더해지면서 가슴의 콤플렉스를 이번 기회에 없앨 수도 있다.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가슴이 작았던 사람은 이번 기회에 크게 만들 수도 있고 가슴이 커서 어깨가 아팠던 사람은 작게도 만들 수 있다. 몸에 노화가 가장 빨리 오는 곳이 가슴이라고 들었다. 노화로 처졌던 가슴을 올릴 수도 있다고 하니 희소식일 수도 있다. 


초기이지만 암 선고를 받고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의 조언을 종종 듣게 된다. 그럴 때 마음의 갈등이 많이 온다.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암으로 인해 마음도 좋지 않은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더 심란해지곤 한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쓴다. 내가 한 선택이 최상이라고 말이다. 암타입에는 선택이 최고였다고 말이다.


검사결과 및 수술을 앞두고 있을 환자분들 

결과가 나오기까지 하루하루가 지옥이겠지만 이 또한 지나가긴 하더라고요. 

어떤 위로도 마음에 와닿지 않겠지만, 어쩌면  진부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요.  

내가 꼭 이 병을 이겨내서 다시 건강해지겠다!라는 마음을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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