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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03. 2024

점심엔 마파두부덮밥

단체급식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일품 메뉴 제공했던 것 같다. 

고객사에서 제일 많이 들어오는 클레임 중 하나가 메뉴가 맨날 똑같다는 것이다. 클레임 자체가 다 짜증 나지만 그중 "메뉴가 맨날 똑같아요." 하는 말은 영양사로서 제일 듣기 싫은 클레임 하나다. 

사실 먹고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 

메뉴가 지루하지 않도록  일주일에 한 번 일품을 넣었다. 카레는 대분이 안 좋아하니 짜장덮밥이나 짜장면, 또는 짬뽕, 그리고  가락국수, 칼국수, 잔치국수등 다양한 면류들을 메뉴에 넣어준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일품 메뉴 마파두부덮밥. 

하지만 마파두부도 고객들이 그다지 좋아하는 메뉴는 아니다. 고객들이 좋아하는 메뉴는 정해져 있다. 

갈비탕, 보쌈, 삼계탕, 치킨 등 소위 우리끼리는 특식이라 불리는 음식들이다. 왜 좋아할까 생각해보면  이런 음식들은 단가가 좀 있어 자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요샌 일을 안 하다 보니 단체급식 메뉴가 생각이 난다.  오랜만에 집에서 마파두부 덮밥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이름만 거창하지 사실 별것도 없다. 하지만 마파두부덮밥을 만드려면 두반장이 꼭 있어야 한다. 

영양사 경력이 없을 때는 마파두부를 어떻게 만드는 지도 몰라서 (마파두부뿐 아니라 다른 요리들도 말이다) 발주해야 하는 양념들을 주문 안 한적도 있었다. 그럴 땐 조리장님들의 잔소리가 시작된다. 조리장님들은 늘 화가 나있었던 것 같다. 늘 화가 난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다 보니 나도 같이  화가 많아졌던 것 같다. 회사의 임원진들도 늘 화가 나있고  물건을 배달해 주는 기사님도 웃는 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발주 한 물건이 조금이라도 잘 못 들어오면 득달같이 달라붙어 클레임을 걸어야 잘하는 영양 사였던 것 같다. 사실 그럴 필요 까진 없는데 말이다. "다음에는 좋은 물건으로 주세요" 하고 다음날  물건이  제대로 안 들어오면  순진하게 말해서 우리를 쉽게 보는거라며 나에게 화의 화살이 돌아온다. 영양사 할때 내안에는 화가 많은데 밖으로는 고객들에게는 웃어야 했다. 사회생활은 다 이런거겠지만 말이다. 그 시절 우린 모두 성과를 내기 위해 화가 나 있었다. 


집에서는 두반장이라는 재료를 쓸 일이 정말 없다. 쓸일이 없으니 작은 사이즈를 사도 늘 남는다. 그래서 사기 좀 고민된다. 그렇다면 두반장 없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바로  된장과 고추장만을 이용해서 만들어도 충분히 맛있는 마파두부덮밥을 만들 수 있다. 마파두부를 만들수 있는 주부9단이 된 나는 그 당시 조리장님들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더더욱 이해하지 못하겠다.

마파두부에 들어가는 재료는 많이 없다. 두부, 대파, 돈민찌 정도만 있으면 된다. 

아이 어릴때 마파두부덮밥 자주 만들어 주었다. 고추장, 고춧가루 넣지 않고 된장, 간장만으로 만들고 야채도 당근과 호박을 더  넣어서 만들어 줬었다. 아이가 많이 커서 이젠 이 정도 맵기는 함께 먹을 수 있어 좋다.

(조금 더 맵게 먹고 싶으면 청양고추 추가로 넣어줘도 된다. )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된장, 다진 마늘을 알맞게 넣고 양념을 만들어 보글보글 끓여준다. 

양념이 한번 끊으면 썰어둔 두부를 넣고 전분물을 만들어 넣으면 되는데 

처음 마파두부 만들 때 전분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마파두부떡을 만든 적이 있다. 

전분물을 그럼 대체 얼마나 넣어야 하느냐, 전분물을 어떻게 만드는 것 이냐고 물어본다. 

일단 전분물은 전분 1T에 물 3T 넣어 주면 된다. 

마파두부 양에 따라 전분물의 양이 달라지기 때문에 얼마 큼을 넣어라 말해줄 수가 없다. 

나물을 삶을 때 감으로 삶아야 하는 것처럼 전분물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이만큼 넣으면 되는구나'라고 감으로 느껴야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 듣고 '마파두부덮밥 만들기 어렵네.'라고 생각하긴 이르다. 전분물을 많이 넣었다고 해서 망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뜨거울 땐 괜찮다. 식었을 때 떡처럼 굳게 되는데 그럴 때는 뜨거운 물을 붓고 간이 싱거워지면 간장이나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채워주면 되는 것이다. 


전분물을 넣고 한번 더 졸이니 색도 그렇고 먹음직스럽다. 

점심에는 역시 덮밥 같은 메뉴가 좋다. 덮밥은 다른 반찬은 필요 없다. 

나는 두부를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중 연두부는 죽어도 못 먹겠다. 푸딩 같은 그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찌개에 들어간 두부나 바짝 구운 두부, 그리고 마파두부 정도 좋아한다. 

아프고 나서 어른들이 잘 먹어야 한다고 나를 항상 걱정하신다. 잘 먹는 게 많이 먹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닌데 말이다. 아프기 전보다는 운동도 그렇지만 식습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그중 단백질을 잘 챙겨 먹으려 노력하고 있다. 간단하게 단백질 셰이크로 채울 수도 있겠지만 내가 만든 정성이 들어간 덮밥으로 단백질까지 채울 수 있어 참 좋은 메뉴이다. 내일은 또 뭐 해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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