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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09. 2024

병원에서는 아무도 울지 않는다.

의사선생님 책상위에는 곽티슈가 놓여 있다는걸 눈물 흘리고 알았다. 조직검사를 받고 결과를 듣고 선생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나 뿐 아니라 같이 들어간 가족들도 눈물을 흘렸다. 눈물을 닦던 휴지를 들고 눈이 빨개진채로 나왔다. 수납을 하려고 기다리는 동안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이 갔다.

'나 말고 우는 사람이 있나?' 싶어 살펴보게 되었다.

이상하게 나 말고 우는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이 병원만 그런것이 아니다.

대학병원 유방암 센터 안에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차분한 공기속 아무도 우는 사람이 없다. 나만 걱정하고 불안해 보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하품을 하며 지루해 하는 표정이였고 또 다른 사람들은 핸드폰 게임하면서 기다림의 지루함을 잊으려고 하는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럴수 있지?'라는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론 그 편한(?) 마음이 궁금하기 까지 했다. 나는 진료를 기다릴때 눈물이 나오기도 하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나올땐 항상 눈물 바람이였다. 그래서 병원 다녀온 후 잠바 주머니에는 버리지 못한 휴지가 들어있었다.

협진하는 과들이 많이 있어서 여기저기 가보지만 울음소리는 재활치료실 안 아이들 뿐이다.

입원하고 있을 때도 그랬다. 수술 하러 가면서 부터 수술방에 들어갈때 까지 눈물이 났다.

수술을 끝내고 회복을 위해 복도를 걷다보면 수술장으로 가는 환자분들을 많이 보는데 나처럼 우는 사람은 단 한명도 본적이 없다. '무서움이 없는건가? 긴장되지 않는건가?' 지금도 나는 너무 궁금하다.

가뜩이나 눈물이 많은편인데 수술후 몸이 약해지니 내 마음을 살짝만 건들여도, 그리고 내 스스로가 가엾다는 생각이 문뜩나 낮이건 밤이건 울었다. 숨죽이고 울었다고 생각했는데 병실을 같이 쓰는 보호자 분이 내울음 소리를 자주 들었던것 같다. 옆 침대 보호자님은 툭 하면 우는 내가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하셨던것 같다.

어쩌다 이야기 할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나이를 듣고 엄청 놀라신 표정이였다. 감정을 다 들어내는 나를 보고 아마도 어릴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이를 말하는 나도 왠지모르게 좀 쑥쓰러운 마음에 "제가 나이값을 못하고 자꾸 우네요."라고 했다.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그럼 나이에 걸맞지 않은 행동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은 감정을 드러내면 안되는건가? 아이들은 아프면 왕~하고 울어버린다. 누가 보더말던 내 감정에 아주 충 실하게 말이다. 어른이된 지금은 왕~하고 울면 안된다. 그럼 부끄러운일이 되버리것 같다.

병원에서는 아무도 감정을 드러내는 어른들이 없다. 아무도 울지 않고 아무도 무섭다고 티를 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기의 감정을 속을 누르고 있는것 같다. 마치 그래야 하는것 처럼 말이다.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한 내가 부끄러지는 아이러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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