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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12. 2024

나는 이런 사람

원하던 무엇인가를 이루게 되면 그날은 기쁘고 행복하겠지만 그 일로 인해 또 다른 일이 줄줄이 사탕처럼 늘어진다. 원하던 게 이루어졌으니 처음엔 행복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쁘고 행복했던 마음이 줄어든다.

분명 좋아서 시작했는데, 꼭 하고 싶었는데 막상 해보면 힘들다. 유재석님이 진행하는 <뜬뜬>이라는 유튜브에서 지석진님이 한말이 마음에 와 닿았다. "호재가 호재가 아닐수 있고 악재가 악재가 아닐수 있다"라고 했다.그말은 원하던일이 잘되어 마음이 들떠도 가라앉히고 원하던 일이 안됐다고 해서 좌절할것도 아니다. 

그저 빨리 끓고 식는 마음을 늘 영점에 맞줘야 한다. 나는 잘 끓고 쉽게 식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써야한다. 하지만 타고난 태생이 감정을 다 표현해야 직성이 풀려 평정심을 유지하며 삶을 조금 내려놓는게 어렵다. 솔직한 감정표현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이런 나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감정의 기복은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하는것인가. 언제나 평온한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생겨먹어서 그렇게 된것일까? 

나도 어른스럽고 싶다. 



앞에 나서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이 유쾌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즐겁다.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해 주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런데 잘 모르는 사람들과 추구하는 관심사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깊숙한 관계를 맺는 건 싫다. 예를 들어 체육관에 요가를 하러 갔는데 같은 클래스라고 점심을 같이 먹자거나, 끝나고 차 한잔 하자고 하는 관계는 싫다.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 보이고 싶어 하지만 깊숙한 관계를 갖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무슨 일을 할 때 혼자 하는 것보다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어 함께 하면 지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지만 그들과 만나 밥을 먹는다거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건 싫다. 


유방암에 걸리고 일을 쉬면서 네일아트를 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행위이다. 

하면서 느낀 거지만 나는 손톱이 조금만 길어도 답답해하는 것 같다. 네일 시술받은 지 얼마 안 됐는데 얼른 지우고 손톱을 바짝 자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네일시술을 받는데 하고 나면 예뻐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라고 생각하지만 시술받은 손톱이 예뻐서 멈출 수가 없다. 일주일의 기쁨을 위해 오늘도 자르고 싶은 손톱의 유혹을 참는다. 그래서 여직 긴 손톱을 가져보지 못했을것이다. 나는 손톱이 길면 못 참는 성격인것 같다.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이 많이 남아 심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남는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보낼것인지 계획을 세운다.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적어보기 까지 한다. 심심할것이라고 생각했던것은 쓸데없는 생각이였다. 나로 40년을 살고 있는데 아직도 내 스스로 나를 잘 모르는 한심한 인간이다. 야심차게 계획을 세웠던 일은 미술관가기,  영어공부하기 였다. 하지만 역시 계획일 뿐 아직도 실천해보지 못했다. 계획만 세우지 실천은 대체 왜 이렇게 어려운것인가. 내 의지만으로 어려울땐 돈을 쓰면된다. 그래서 나는 돈을 지불하면서 매일 해야 할 일들을 만들었다. (돈을 써도 안되는 예외의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헬스장PT이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의 책중에 이런 글이 있다. 
21세기가 되었어도 시시포스 신화는 계속된다 끝을 모르는 과학기술의 진보는 인간이 신에게 도전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인간의 수명은 계속 연장되고 있으며,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을 노역으로 마침내 해방시킬지도 모른다. 인간은 마침내 시시포스의 형벌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일이 없어진 인간에게는 권태가 엄습하기 마련.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이제 시시포스는 자지가 알아서 바위를 산 아래로 굴리기 시작한다. 권태를 견디기 위해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나야말로 권태를 견디기 위해 다시 돌을 아래로 굴리는 것 같다.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갖고 싶어 스피치 학원에 다니고 싶었다. 앞에 나가 자기소개를 할 적에도 좋은 목소리로, 유려한 말투로 나를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고 앞으로 다닐 강의에서도 신뢰감 있는 목소리는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다. 내 나름대로 어미를 내려가며 차분하게 나를 소개했다고 생각했다. 모둠으로 조별 활동을 하는데 설명해 주시는 관계자분이 "리액션이 너무 좋으세요."라고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그 말을 듣고 '아차, 내가 또 오버하는 중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차분해지려 했다.  모둠 활동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그 자리에 있던 한 한생이 나에게 "선생님께 많이 배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만난 지 2시간도 채 안되었고 더군다나 개인적으로 말도 많이 나눠보지 않았는데 내가 가르침을 줬다는 말에 "저한테요?"라고 놀라 되물었다. 

그 친구는  "리액션하는 모습에서 앞으로 면접 볼 때나 사회생활 할 때 선생님 떠올릴게요."라고 하는 것이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나는 늘 친절하고 다정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선생님을 만났었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같은 병원을 다니는 다른 분은 담당의가 친절하지 않다고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분은 병원을 옮길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내가 친절하고 상냥하기 때문에  상대방도 그렇게 대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본인도 나처럼 의사에게 상냥하게 대해 봐야겠다고 했다. 나는 좀 까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면 밝고 상냥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전자책을 써보려고 한다. 어떤 것을 주제로 내야 할까 막막했는데,

그동안 해온 블로그의 내용을 보면서 몇 가지 주제를 떠 올기게 되었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언제 나도 저 사람 처럼 될 수 있까'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부러움으로 끝내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포스팅을 하였다. 그러다 보니 나의 기록들이 차차 쌓이며 실력도 늘었다. 이 기록은 성실함의 증표이기도 하다. 나는 알고 보면 성실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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