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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y 13. 2024

-2킬로 빠집니다-오이김밥

한 달 전쯤 유치원 선생님 중에 한 분이 오이김밥 먹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오이김밥을 안 먹어 본사람도 있나 싶어서 "오이김밥 먹어봤죠."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선생님이 "절인 오이 넣는 김밥 말고 통으로 넣어서 만드는 김밥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외로 맛이 괜찮다고 했다. 

나는 "오이를 썰지도 않고 절이지도 않고 통으로요? 계란 외 다른 재료는 넣지 않고요?"라고 되물었다. 나는 진짜 그런 김밥이 있는지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았다. 

그랬더니 진짜 오이가 통으로 들어간 김밥이 있었다. '허, 참 별 음식이 다 있네.'라고 생각했는데 

최화정 님이 이거 먹으면 -2킬로가 빠진다며 이 오이김밥을 소개했다. 


유튜브에서 운동 소개하는 분들은 썸네일에 "이 운동하면 일주일에 -3킬로 보장!" 

혹은 "이 음식 먹고 -10킬로 감량했어요."라는 영상을 보게 된다. 자극적인 썸네일 때문에(정말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에) 나는 절대 그렇게 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클릭하게 된다. 

인생은 혹시나~ 하는 마음로 살게 되고 역시나! 하는걸을 깨닫게 된다. 그 혹시나~가 늘 많다 보니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는 것 같다. 

언제나 체중을 유지하는 최화정 님이 그렇다니깐 다이어터로써 먹어봐야 소명이 생겼다.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또 한 번 속아보기로 했다. 재료도 간단하고 만드는 방법도 이보다 쉬울 순 없었다. 최화정 님은 요리도 간단하게 뚝딱 잘하시는 것 같다.

오이김밥의 재료는 김밥김, 오이, 밥, 초대리뿐이다. 

최화정 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simple is best'라는 말이다. 오이김밥이야 말고 심플한 음식이다.



밥의 간은 초대리라는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아이가 초밥의 밥을 좋아해 몇 번 만들어봤는데 오이김밥 한다고 양념을 또 주르륵 꺼내 놓는 것도 참 귀찮은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간단한 제품으로 만들수 있다니 요리가 훨씬 간편한 느낌이 든다. 

아! 그리고 식초가 들어가는 음식은 혈당조절에도 좋다고 들었다. 역시 다이어트 음식이 맞다. 

밥이 완성되었으면 오이 차례이다. 오이는 씻어서 오돌토돌한 부분만 채칼로 쓱쓱 밀어서 준비하면 된다. 


김밥김 위에 밥을 얇게 깔아준다. 요즘 김밥 트렌드는 밥의 양이 적고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은 것이다. 오이김밥도 그렇다 밥을 얇게 까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리고 위에 씻어둔 오이를 올려서 두루룩 하고 말아 주면 된다. 오이밖에 안 들어가니 김밥이 얼마나 말리겠는가, 터질 염려가 전혀 없다. 고소한 참기름을 발라 칼로 쓱쓱 썰어주면 오이김밥 만들어진다. 

오이김밥의 완성은 그냥 먹는 것보다 쌈장을 올려 먹는 게 맛있다고 했다. 최화정 님은 쌈장도 구입한 걸 올려서 먹었지만 나는 직접 두부를 넣고 쌈장을 만들어보았다. 쌈장 만드는 것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집에 있는 야채 넣고 각종 양념 넣고 졸이다 마지막에 두부 넣어 끓여주면 완성이다. 



역시 내가 만든 쌈장이라 그런지 많이 먹어도 짜지 않고 맛있다. 

쌈장을 올려 오이김밥을 먹어본다. '잉? 이게 무슨 맛이지?' 역시 다이어트 김밥이 맞았다. 내 입맛에는 영... 맞지 않았다. 쌈장 만들기 귀찮은 분들에게 팁을 드리자면 고추참치 올려서 먹어도 잘 어울린다고 한다. 


오이김밥이 오이 싫어하는 사람들이 보면 기절할 비주얼이지 않는가? 작년인가 만우절에 명량핫도그에서 오이핫도를 출시한 적도 있었다. 먹어보진 않았지만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 봐야 아는가. 기름에 절여진 뜨거운 오이라...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뜨거운 오이보다는 차가운 오이가 훨씬 낫다. 내 입에는 별로였지만 같이 먹었던 신랑은 맛있다며 다이어트 음식이 맞냐고 했다. 우리 신랑 이러다 -2킬로 빠질 것 같다. 


오이가 통으로 들어가다 보니 밥의 양이 적어도 포만감은 확실히 있었다. 오이는 수분과 비타민이 많이 들어있어 다이어트할 때 좋은 식재료가 맞다. 불을 사용하지 않고 요리할 수 있어 여름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아이에게 먹으라고 했더니 기겁을 하고 도망갔다. 

김에 밥을 싸면 웬만하면 맛있는데 이건 좀... 나에게는 어려운 김밥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얼굴 좋아졌네, 살이 좀 찐 건가?"라며 그분만 반갑게 인사하셨다.

'얼굴 좋아졌네' 까지는 좋은데 살 이야기는 속으로 해도 충분한데 말이다. 여자에게 살쪘다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는 백 프로 눈치가 없는 사람일 것이다. 

"살이 좀 찐 건가?"라는 지인의 말을 떠올리며 다이어트에 박차를 가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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