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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un 09. 2024

D-5 무자식 상팔자

딸아이를 부탁하기 위해 어제 강원도 있는 엄마를 모셔왔다. 

이제 수술까지 5일 남았다. 

이제 강원도에는 아버지 혼자 남아 계신다. 다행히 토마토 농사가 바쁘지 않은 6월 초에 수술이 잡혀서 엄마가 움직일 수 있었다. 어제는 움직이지도 않고 엄마 아빠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하루종일 뒹굴었다. 

"수술 날짜가 다가올수록 너무 무서워... 걱정되고..."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뭐가 무서워, 저번에도 다 했는데, 의사들이 다 알아서 하니깐 너는 걱정하지 마."라고 하신다.

"그래도, 무서워, 나 저번처럼 병원 입원할 때부터 울 것 같아."라고 하니 "울어, 울면 뭐 어때!"라고 하신다. 

"푸하하하!"라고 웃었지만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마음속에는 눈물이 쏟아진다.

밥을 다 먹고 거실에 엄마랑 누워 있는데 "엄마가 생각을 해봤는데 네 태몽 말이야. 해가 환하게 떴었다고 했잖아. 근데 해를 보기 전에 어두웠었어. 지금은 네가 암에 걸려 힘들지만 곧 해가 확~~ 들어오는 시기가 올 거야."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 해뜨기 전엔 원래 어두운 법이야. 내가 암 걸린걸 태몽까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거야? 우하하하~ 너무 재밌어!!"라고 말했다. 엄마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 건 힘들게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엄마의 속 뜻을 알기에 겉으로는 웃었지만 마음으로는 울었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어 "아빠, 나 수술 잘 받고 올게,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보는데 아빠의 눈이 점점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그 눈을 10초만 더 보고 있으면 내 눈물이 주책없이 흐를 것 같아 얼른 차에 탄다. "갈게" 하면서 손을 흔든다. 사이드미러로 손 흔드는 아빠의 모습을, 뒤돌아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 부모의 뒷모습은 왜 이렇게 마음이 시린지 모르겠다.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엄마가 "너네 아빠가 네 걱정 많이 하더라. 요 며칠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거 알아? 네가 대학 갈 때 기도한 거 보고 처음인 것 같아. 아프지 않게, 고통 없이 해달라고 하는 것 같더라."그 말을 엄마에게 전해 듣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낮에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깜깜한 차 안, 아무도 보지 못하는 차 안에서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이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것인가 싶었다. 

"자식은 나이가 어려도 걱정 나이가 많아도 걱정이네. 엄마 미안해."라고 말했다. 


딸에게 수술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하다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가윤이는 불안할 때 어떻게 생각해? 엄마한테 좀 알려줘 봐."라고 말했더니 딸이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될 대로 되라지.라고 생각해 그러면 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전신마취를 하면 아픈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전신마취가 깨면 진통제를 놔주니깐 아프지 않은 거 아니냐며 하나씩 따져가면 물었다. 그러면서 저번에도 잘됐으니 이번에도 잘될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요즘에 말을 하두 안 들어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의젓하게 말하는 거 들어보면 멀쩡하다 싶다. 

아이의 말처럼 이번에도 수술은 잘 될 것이다. 


신랑에게 수술하는 게 무섭다고 이야기를 한다. 신랑은 내가 수술하는 것에 대해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의사가 위험한 수술 아니라고 하잖아. 장기를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수술 마치고 2시간 후에 밥도 먹을 수 있고 진짜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준다. 신랑의 말도 맞다. 이렇게 사실을 이야기해 주면 내가 했던 걱정들이 작아지고 불안이 확 낮춰진다. 

그러다 혼자 생각이 빠지면 억지로 낮춰놨던 불안이 또 고개를 든다. 

아마 수술이 끝날 때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남은 시간을 울면서, 불안에 떨면서 지내기보다는 재밌고 생산적으로 보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불안도 눈물도 옅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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