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부탁하기 위해 어제 강원도 있는 엄마를 모셔왔다.
이제 수술까지 5일 남았다.
이제 강원도에는 아버지 혼자 남아 계신다. 다행히 토마토 농사가 바쁘지 않은 6월 초에 수술이 잡혀서 엄마가 움직일 수 있었다. 어제는 움직이지도 않고 엄마 아빠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하루종일 뒹굴었다.
"수술 날짜가 다가올수록 너무 무서워... 걱정되고..."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뭐가 무서워, 저번에도 다 했는데, 의사들이 다 알아서 하니깐 너는 걱정하지 마."라고 하신다.
"그래도, 무서워, 나 저번처럼 병원 입원할 때부터 울 것 같아."라고 하니 "울어, 울면 뭐 어때!"라고 하신다.
"푸하하하!"라고 웃었지만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어 마음속에는 눈물이 쏟아진다.
밥을 다 먹고 거실에 엄마랑 누워 있는데 "엄마가 생각을 해봤는데 네 태몽 말이야. 해가 환하게 떴었다고 했잖아. 근데 해를 보기 전에 어두웠었어. 지금은 네가 암에 걸려 힘들지만 곧 해가 확~~ 들어오는 시기가 올 거야."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엄마 해뜨기 전엔 원래 어두운 법이야. 내가 암 걸린걸 태몽까지 연관 지어 생각하는 거야? 우하하하~ 너무 재밌어!!"라고 말했다. 엄마가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 건 힘들게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일 것이다. 엄마의 속 뜻을 알기에 겉으로는 웃었지만 마음으로는 울었다.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 되어 "아빠, 나 수술 잘 받고 올게,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 눈을 보는데 아빠의 눈이 점점 빨개지는 게 느껴졌다. 그 눈을 10초만 더 보고 있으면 내 눈물이 주책없이 흐를 것 같아 얼른 차에 탄다. "갈게" 하면서 손을 흔든다. 사이드미러로 손 흔드는 아빠의 모습을, 뒤돌아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다. 부모의 뒷모습은 왜 이렇게 마음이 시린지 모르겠다.
같이 차를 타고 가는 엄마가 "너네 아빠가 네 걱정 많이 하더라. 요 며칠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하는 거 알아? 네가 대학 갈 때 기도한 거 보고 처음인 것 같아. 아프지 않게, 고통 없이 해달라고 하는 것 같더라."그 말을 엄마에게 전해 듣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낮에는 참고 참았던 눈물을 깜깜한 차 안, 아무도 보지 못하는 차 안에서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이래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것인가 싶었다.
"자식은 나이가 어려도 걱정 나이가 많아도 걱정이네. 엄마 미안해."라고 말했다.
딸에게 수술하는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하다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가윤이는 불안할 때 어떻게 생각해? 엄마한테 좀 알려줘 봐."라고 말했더니 딸이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될 대로 되라지.라고 생각해 그러면 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전신마취를 하면 아픈지 모르는 거 아니냐고, 전신마취가 깨면 진통제를 놔주니깐 아프지 않은 거 아니냐며 하나씩 따져가면 물었다. 그러면서 저번에도 잘됐으니 이번에도 잘될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요즘에 말을 하두 안 들어서 힘들었는데 이렇게 의젓하게 말하는 거 들어보면 멀쩡하다 싶다.
아이의 말처럼 이번에도 수술은 잘 될 것이다.
신랑에게 수술하는 게 무섭다고 이야기를 한다. 신랑은 내가 수술하는 것에 대해 아무 걱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의사가 위험한 수술 아니라고 하잖아. 장기를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수술 마치고 2시간 후에 밥도 먹을 수 있고 진짜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준다. 신랑의 말도 맞다. 이렇게 사실을 이야기해 주면 내가 했던 걱정들이 작아지고 불안이 확 낮춰진다.
그러다 혼자 생각이 빠지면 억지로 낮춰놨던 불안이 또 고개를 든다.
아마 수술이 끝날 때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남은 시간을 울면서, 불안에 떨면서 지내기보다는 재밌고 생산적으로 보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불안도 눈물도 옅어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