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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un 16. 2024

입원 중에 내가 먹었던 음식

수술당일 

전날밤부터 금식하고 수술날을 기다린다. 이번에는 오전에 수술장에 들어간다고 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0시에 수술장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10시가 넘어도 선생님은 오시지 않는다. 

11시 5분 전에 이동해 주는 선생님이 오셨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순간부터 무서움이 온몸을 감싼다. 간호사 선생님께 마지막 확인을 받으러 간다. 

나는 시력이 안 좋아 안경을 안 쓰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간호사 얼굴도 안 보인다. 

얼굴을 모르는 간호사 선생님이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눈에 눈물이 한가득 고여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어 팔에 걸려있는 팔찌를 보여준다. 그냥 넘어가면 좋았을 텐데 간호사 선생님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아유, 괜찮아요. 한숨 자면 다 끝나있어요."라고 위로해 주셨다. 

한숨 자면 끝난다고, 모두들 저번 수술에 비해  간단하다고 하지만 수술받아야 하는 나는 무서워 미칠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사람은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말이 정답인 것 같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술장에 도착했다. 보호자랑은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다. 눈물을 펑펑 흘리며 앉아 있는 나에게 많은 선생님들이 눈물도 닦아주고 위로도 해주셨다. 휠체어를 밀어주는 선생님이 덜덜 떨리는 어깨를 잡아주며 

"수술 끝날 때까지 제가 옆에 있을게요.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수술전날 친구의 카톡

"행운의 여신이 너를 지켜줄 거야."라고 했다. 그 행운의 여신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방 문이 열리고 한기가 확 들었다. 몸이 떨린다. 수술 침대에 올라가 누우라고 한다. 침대가 이렇게 좁은데 나보다 더 덩치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며 올라가 눕는다. 상의를 탈의하라고 했다. 상의를 탈의 함과 동시에 따뜻한 이불을 덮어준다. 수술방서 느껴졌던 한기가 덮어진다. 선생님이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내 답 뒤에 그 질문을 물었던 선생님과 또 다른 선생님이 내 이름을 한 번씩 더 호명한다.  

그리고 이내 잠 오는 약이 들어간다고 했다. 약이 들어간 지 몇 초 만에 "어지러워요." 하면서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다른 환자들과 같이 회복실에 들어와 있었다. 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못다 흘렸던 눈물이 흘렀다. 

병동으로 올라와 보호자 목소리 들으니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이제 다 끝났다. 

드디어 금식을 끝내고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저녁이 나오기 전부터 따뜻한 만두전골이 먹고 싶었다. 

병원에서 전골은 먹을 수 없으니 떡만둣국으로 만족해야 했다. 신랑이 분식점에서 사 온 떡만둣국은 그동안 먹었던 떡만둣국 중에 최고로 맛있었다. 

음식 먹으면서 땀 흘린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둘 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잘 먹었다. 


다음날 아침 

맛있는 커피가 먹고 싶어 병원 로비로 갔다. 그 복도를 씩씩한 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들에 비해 내 모습은 환자복에 피주머니를 덜렁덜렁 차고 머리는 며칠 못 감아 엉망이다. 하지만 맛있는 돌체라테 한입 먹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행복은 별것도 아니다. 

빠르게 행복을 충전하고 병동으로 올라간다. 

점심으로는 카레가 나왔다. 카레는 별 맛이 없지만 두부강정이 맛있었다. 

병원 급식은 늘 국물이 쏟아져 나온다. 안 쏟아져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저녁은 스팸덮밥이었다. 

집에서는 절대 안 먹는 게 햄과 튀김류인데. '에라이 몰라.' 

친구들 안부전화에 늘 빠지지 않는 질문은 "잘 먹고 있어? 잘 먹어야 해."라는 건데. 

"너무 잘 먹어서 큰일이다."라고 말한다. 

이 죽일 놈의 식욕은 떨어지지가 않는다. 

4박 5일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간다. 

1차 수술에 비하면 짧게 입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번에는 2인실이 아니고 6인실을 썼는데 

2인실 보다 훨씬 쾌적하고 넓어서 좋았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이번에도 고객 소리함에 고마웠던 의료진에게 편지를 남겼다. 

울보를 이리저리 잘 지켜주셔서 감사하는 인사였다. 

집에서 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집에서 해야 할 일들은 많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서 나왔다. 

고생한 나에게 가방과 액세서리를 선물해 줬다. 이 정도는 받을만하다. 

내 침대 이불을 깨끗한 것으로 바꾸었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침대에 누우니 셀프 선물한 것보다 

훨씬 더 큰 행복이 몰려왔다. 

역시 행복 물질이 아니다. 그리고 정말 별게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이 하루들이 행복이다. 

어깨에 있던 짐들이 모두 날아간 기분이다. 본격적으로 행복한 백수생활을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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