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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un 18. 2024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수술을 하고 나와보니 내 몸이 걸레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리 간단한 수술이라고 해도 몸이 힘들긴 하다. 저번 수술에 비해 종종 어지럽기도 하고  항생제가 들어가는 링거에 주사는 들어갈 때마다 아프다. 억지로 잠에 들었는데 몇 번의 간호사님이 방문한다. 그럼 억지로 든 잠이 확 깨버린다. 병원에 편하려고 온 게 아니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싶다. 

항생제 주사도 싫지만 가장 싫은 건 아침마다 상처부위를 소독하는 시간이다. 

오른쪽 가슴은 신경을 모두 잘려 아무 감각이 없어 소독을 하는지 만지는지 느끼지 못한다. 

가슴 확장기를 빼고 보형물을 넣었더니 세상, 편하고 좋다. 

몇 달 동안 돌덩이가 가슴을 누르는 것 같은 느낌으로 지냈는데 이젠 그 느낌이 사라지니 잠을 잘 때도 편하고 좋다. 그리고 제일 궁금했던 감촉도 좋아졌다. 물론 지금은 느낌이 없어서 모르겠다. 잘못될까 봐 만지지도 못하겠다. 지금까지는 만족이다. 

왼쪽 가슴은 수술 다음날에도 피가 나와서 선생님들이 걱정을 했다. 다행히 다음날은 괜찮아졌다. 

소독하려고 가슴을 보는데 말도 못 한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멍이 심해졌다. 

처음 조직검사 했을 때 가슴에 든 멍에 놀랐는데 지금 보니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신경이 살아있는 왼쪽가슴은 소독할 때 따가울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떨리고 무서워서 눈을 꼭 감는다.

드레싱은 순식간에 끝난다. 찰나의 시간인데 등과 손에 땀이 장난 아니다. 

"어때요? 모양 괜찮죠?"라고 선생님이 묻는다. 그 물음에 용기 내서 내 가슴을 바라본다. 

내 눈에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저는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지금은 부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더 좋아질 거예요."라고 해주신다. 이 말에 기분이 둥둥 떠올랐다.  왜 이렇게 기분 좋은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도 매일 열심히 소독해 준다. 할 적마다 무서워서 발을 동동 거리긴 하지만 말이다. 

일차 수술에 비하면 몸의 컨디션은 굉장히 좋다. 팔도 아프지 않아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 

머리도 감고 싶을 때 감을 수 있고 전에 했던 일상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 일차수술 후 한 달 후에 회사에 복직했었는데 이차 수술은 일주일 정도면 가능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술한 부위가 간지럽다. 날씨가 더워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난다. 시원하고 개운한 샤워를 하고 싶다. 

더 더울 때 수술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건강하게 잘 회복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요즘 밤에 자려고 누우면 아무 일 없는 보통의 하루가, 걱정과 근심이 없는 내일이 있어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깟 샤워 며칠 못하는 건 그 이전의 마음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 남지 않은 선선한 저녁밤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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