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고 일주일이 흘렀다.
일주일 동안 가슴을 보호하기 위해 속옷 안에 두꺼운 솜을 넣고 다녔다. 정확히 말하자면 솜은 아니고 유리 깨지지 말라고 보호하는 뽁뽁이와 비슷한 두꺼운 그것으로 가슴을 감싸고 있었다. 그 두꺼운 솜 사이로 땀이 엄청났다. '원래 6월이 이렇게 더웠었나?' 싶다. 몇년전보다 더 더위를 많이 타게 된것 같다.
이번에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때 부터 손발이 뜨거워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몸의 기온의 조금만 올라가면 잠자리가 바뀌어서 오지 않는 잠이 더욱 오지 않았다. 옆으로 누워도 불편하고 엎드리는건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내가 취할수 있는 태도는 오직 천장을 보고 바로 누워야만 한다. 주사도 꽂혀있어 더욱 몸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바로 누워야만 하니 시간이 지나면 등이 뜨거워진다. 그러면서 손발도 같이 뜨거워진다. 자기전엔 연신 부채질을 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미니선풍기로 열을 식혀본다. 손발의 뜨거운 열기가 식으면 스르륵 잠이 왔었다.
내 침대에서 선풍기도 맘껏 틀어놓고 자도 손발이 뜨거운건 여전하다.
게다가 시원한 물줄기를 맞으며 샤워라도 하면 더위가 달아날것 같은데 아직은 샤워를 할 수 없어 여전히 몸이 뜨거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샤워 그까짓 것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괜찮다.
그저 수술 후 별일 없는 내 몸 상태에 감사할 뿐이다. 예전에는 작은 불편만 있어도 참지 못하고 화가 났는데 이젠 사소한 것쯤으로 생각이 된다. 퇴원 후 암 완치 판정을 받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참 후련하다.
일차 수술 후에 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마음에 짐이 있었는데 모든것이 끝난 지금은 모든 것이 감사하고 행복하다. 퇴원 후 일주일을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나 때문에 온 엄마와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도 가고, 맛있는 점심도 사 먹으면서 마음편한 백수생활을 즐겼다.
오늘은 수술 후 첫 외래 가는 날이다.
병원에서 만난 유방암 환우도 만나기로 했다. 예약시간 보다 한 시간 정도 빨리 도착해서 그 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는 수술 후 암 기수가 높아졌다고 했다. 슬퍼하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씩씩한 언니의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치유를 받는 것 같다.
외래 예약시간이 다 되어 성형외과 병동으로 들어간다.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다. 역시나 가운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걸터앉아 있으라고 한다. 나는 고새를 참지 못하고
"선생님. 오늘 무슨 치료하는 거예요?"'라고 간호사 선생님께 묻는다. "아마, 실밥 푸실 거예요."라는 답변을 주셨다. '으악! 벌써?'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주 말고 다음 주에나 실밥 푸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가운이 입고 준비 하고 있으니 주치의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수술한 가슴을 보시더니 실밥 제거 하겠다고 누으라고 했다. 누우면서 주치의 선생님께 "왜 이렇게 빨리 풀러요?"라는 질문에 "더 늦게 풀면 실이 가슴을 파고 들어가서 더 아파요."라고 했다. 눕는 순간부터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많이 꿰맨 것 같지도 않은데 꽤 오래 시술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약간 따갑기는 했지만 참을만 했다. 생각보다 참을만해서 시술하고 있는 선생님께 궁금한 것을 질문했다.
"가슴에 보형물, 덧나는 시기는 지난 거예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사실 요 며칠 혹시 보형물이 내 몸에서 염증을 일으키면 어쩌나라고 걱정했었다. 선생님께서 "가슴확장기 하고 있을 때도 별일 없었는데 괜찮아요. 걱정할 시기는 지났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말에 혹시나 하며 걱정했던 마음이 사라진다.
선생님은 실밥만 푸르고 다른 말 없이 나가셨고 간호사님이 가슴촬영을 해야 한다면서 촬영실로 데려갔다.
옷을 벗고 가슴 사진을 다각도로 찍는다. 이것도 몇 번 찍어봤다고 익숙하다.
몇번씩 다시 촬영을 해야해서 간호사님이 미안해하셨다. 나는 정말 아무래도 괜찮았다. 이런것쯤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다음 외래는 한 달 후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제일 듣고 싶었던 샤워해도 된다는 행복한 소식을 전해주셨다.
드디어 외출하고 샤워기로 시원하게 샤워할 수 있게된것이다!!!
집에 돌아와 저녁으로 손 반죽을 해서 수제비를 해 먹었다. 든든하게 먹고 오랜만에 엄마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샤워하지 못해 그동안은 운동도 하지 못했는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저녁에 걸으니 기분도 좋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샤워하고 개운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 생각하니 행복 그 잡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