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나는 여직까지 단 한 번도 가위에 눌려본 적도 없고 악몽이라 불릴 무시무시한 꿈도 꾼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어릴때는 분명 무서운 꿈을 꾼적이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악몽이라 불릴만한 대단한 꿈을 꿨다.
바로,다시 수술하러 들어가는 꿈을 꾼것이다.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 순간이 또 꿈에 나타난 것이다.
꿈속에서도 떨리고 걱정되었던 마음이 다시 시작되었다.
엄마에게 나 수술하는 꿈을 꿨다고 말하니 남자들이 다시 군대 가는것 같은 느낌이였을것이라고 했다.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으면 그런 꿈을 다 꾸냐고 걱정스럽게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아... 싫다 정말.
수술하기 전에 주사를 먼저 꽂고 시작하는데 꿈에서도 영락없이 그 주사를 다시 또 맞았다.
꿈이지만 아픈 느낌도 들었고 주사 맞고 조금 울었던 것 같다. 그러고는 초조한 마음으로 수술할 시간을 기다리는데 잠에서 푸드덕 깨어났다.
'꿈이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놀란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시계를 보니 새벽4시.
다시 잠에 들어야 하는데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옆에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신랑에게 "오빠, 나 너무 무서운 꿈 꿨어."라고 흔들어 깨운다 .
뚱딴지 같은 내 말에 신랑은 잠결에 뭔 소리가 싶었나 보다.
"뭔 꿈?"이라고 물었다. "나, 수술 또 하는 꿈 꿨잖아. 이건 정말 악몽이야. 나 잠이 다 달아난것 같아."라고 했다. 신랑은 귀찮다는듯 "꿈이라 다행이다. 생각하고 빨리 더 자."라고 했다.
'꿈이라 다행이다'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나는 왜 꿈이라 다행이라고 생각을 못했을까.
다시 잠을 청해야 하는데 몸이 또 뜨거웠다. 이렇게 뜨거우면 더 잠에 들지 못한다. 선풍기를 틀고 몸의 열기를 낮춘다. 어느새 선풍기 바람이 차가워져 이불을 끌어와 덮고 잠이 든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타목시펜이라는 호르몬제를 6개월째 복용 중이다.
그 약 때문에 몸에 열이 많아진 건지. 아니면 정말 갱년기가 온 것인지 모르겠다.
피부도 가려운 곳이 많아졌다.
악몽은 다시 잠에 들면 다 사라지지만 실제로 겪어야 하는 악몽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수술할 때 발에 주사를 맞았는데 그 부위가 멍이 든 것처럼 아직도 아프다. 일차 수술 할 때도 발에 주사 맞았던 부위가 꽤 오랫동안 아팠었다. 역시 이번에도 쉽게 넘어 가질 않는다.
오늘은 저녁을 먹지 않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집에 오는 길 다리가 구름 위를 둥둥 떠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어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지러운 느낌은 병원에서부터 여직까지 달고 있는 것 같다.
많이 어지럽진 않지만 생활 속 찰나의 순간, 어지럽다. 힘든 다리를 끌고 어찌어찌 돌아오는 와중에
소고기를 좀 많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유치원 원장님께 연락이 왔다. 이번주까지 쉬고 몸 더 챙기고 다음 주에 나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월급은 그대로 지급된다고 했다. 6월에 많이 쉬었는데 다 받아도 될지 모르겠다. 감사하고 송구한 마음이 들었다. 배려해 주시는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동안 사회생활에서 많은 대표님들을 경험해 봤다고 생각했다.
대표라는 사람들은 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원장님은 '이럴 수가 있다고?" 싶은 마인드를 갖고 있다.
이런 대접을 사회생활 하면서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했는데 원장님 덕에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
악몽만 있는 건 아니다.
며칠 전 그만두었던 회사 대표님이 전화가 걸려온다.
병원 가는 길이라 정신이 없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사실 받기 싫어 부재중이 뜨도록 놔두었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전화를 건다. 알고 보니 세금계산서 담당자 확인 때문에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회사 그만둔 지 6개월인데 아직도 담당자를 모르면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이런 일을 대응하는 건 악몽이다.
대표는 전화를 끊기 전에 점심 먹자고 했고, 핑곗거리를 찾지 못한 나는 그 사람이 나오라는 장소로 나가 점심을 먹었다. 별로 좋은 사람과의 식사가 아니라 그런지 불편하고 힘들었다.
헤어지면서 "연락 좀 하고 그래."라고 하셨다. 진짜 이거야 말로 최고의 악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