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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ul 07. 2024

콩 없는 콩국수라고요?

매일 삼시세끼 챙겨 먹는 것이 너무 귀찮고 힘들다. 

하지만 나는 암환자이기 때문에 건강하게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또 나는 요리 블로거니깐 계절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오늘은 뭘 먹어 볼까?'

습하고 더운 날에는 냉국을 먹어줘야 한다. 요즘은 메밀소바가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집 근처에 맛있게 하는 소바 집이 없어 여직까지 못 먹고 있다. 

살얼음이 올라간 소바에 초밥을 같이 곁들여 먹으면 딱인데 말이다. 


그럼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콩국수를 만들어봐야겠다. 콩국수 육수 사는 거 말고 집에서 건강하게 만들어 먹는 방법은 없을까 싶어서 레시피들을 찾아본다. 

콩국수를 만들려면 콩을 불리는 것부터가 정석인데 더워죽겠는데 언제 콩을 불리고 끊이고 하겠는가. 

이렇게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레시피기 벌써 세상에 공개되어 있었다. 

제목도 근사하다. <없는 콩국수 만들기.>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다.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게다가 집에 모두 있는 재료이다. 실행력이 좋은 나는 당장 만들어본다. 

콩 없는 콩국수 재료는 두부반모, 땅콩잼, 볶음참깨, 소금, 설탕이다. 

이렇게만 넣으면 진한 콩국수가 된다고 한다. 재료만 보면 이건 그야 말로 단백질 덩어리다. 

하지만 '정말 맛있을까?' 만들면서도 긴가민가 하다. 

재료를 모두 믹서에 넣고 갈면 되는데 더욱 고소한 맛을 내고 싶을 때는 두유나 우유를 넣으라고 한다. 요즘 나는 우유는 될 수 있으면 안 먹으려 하고 두유도 유전자 변형 없는 성분 좋은 두유를 넣고 싶은데 동네 마트에는 원하는 두유가 없어 물 만으로도 진한 콩국수 육수를 만들 수 있을까 싶어 더 걱정되었다. 

하지만 궁금한건 못참으니 한번 만들어 본다.

믹서기에 두부와 땅콩잼, 볶음참깨, 소금, 설탕 조금 넣고 왕~하고 돌려준다. 

돌려주는 동안 소면을 삶아준다. 

찬물에 넣는 소면은 뜨거운 육수에 넣는 소면과 달리 좀 오래 익혀준다. 

소면이 부르르 하면 찬물을 살짝 넣어 거품을 가라앉힌다. 

이런 과정을 3번 정도 반복하면 탱글한 식감의 소면을 먹을 수 있다. 잘 익는 소면을 찬물에 사정없이 박박 밀어준다. 전분기를 없애는 것이다. 

준비해 둔 오이와 계란을 올려준다. 얼음은 없지만 육수는 나름 꽤 시원했다. 

소면을 먹기 전에 만들어 놓은 국물을 먹어본다. 싱거우면 소금을 넣어야지 했는데 

와~~!!!!미칀~~~

정말 맛있다!!!

놀라울 정도로 콩국수 맛이다. 

이렇게 간단하게 진한 콩국을 만들 수 있다니... 

간도 딱 맞고 면발도 탱글 해서 정신없이 흡입했다. 



주말.

가족들에게 나의 솜씨를 뽐낼 날이 다가왔다. 

아이는 콩국수 절대 안 먹을 테니 로제스파게티 해주고 신랑을 위해 콩국수를 만들어 주었다. 

신랑도 한입 먹자마자 

와~~~!!!!

정말 맛있는데!!!!라고 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된다고?" 라며 여러 번 나에게 물어본다. 그러면서 소면 양이 부족하다고 

더 먹고 싶다고 한다. 한 그릇 더!  외치는 음식을 만들다니 너무 뿌듯하다. 

콩국수 말고도 서진이네에서 나온 돌솥비빔밥도 해줬다. 

매일 요리하는 게 귀찮다고 하지만 가족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면 주방에서 땀 흘리고 고생스럽지만

더 큰 행복이 있다.


다음 주 주말엔 더 맛있는 거 해줄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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