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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ul 09. 2024

여름 리미티드 채소-가지덮밥

친구와의 통화의 늘 끝은 '오늘 저녁은 뭐 해 먹냐'이다. 친구가 그래도 여름엔 채소가 많아서 반찬 할게 많아서 좋다는 말을 했다. 나이 들면 입맛도 변한다는데 나는 왜 아직 초등학생 입맛인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 하는데 그게 참으로 어렵다. 

요즘에는 채소와 과일이 사시사철 나와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여름 야채 중 리미티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보라색 가지이다. 

가지가 싫은 이유는 바로 그 식감 때문이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물컹하기도 하고 질긴듯한 느낌. 

특히 가지무침은 정말 우엑이다. 가지무침은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요리 블로거니깐 여러 레시피를 찾아가며 맛있는 가지 먹는 방법을 검색해 본다.

운동화도 튀기면 맛있어진다는 말이 있다. 가지도 튀겨 먹으면 맛있다고 해서 튀겨서도 먹어도 봤다. 딱 한번. (여름에 튀기는 음식은 곤욕인 것 같다.) 그러는 사이 계절이 바뀌고 또 여름이 왔다. 

여름이 오면 가지 요리 레시피가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이렇게 저렇게 해도 맛없는 걸 뻔히 알면서 가지를 또 구매한다. 

적양배추, 적 양파보다 색이 월~씬 진한 보라색 채소. 게다가 보기 좋게 통통하기까지 하다. 

딱 하나만 사고 싶은데 봉지에 3개나 들어있다. 들었다 놨다 하면서 망설이다 여름한정 채소라는 생각에 장바구니에 넣는다.

배가 고팠던 어젯밤에 가지 요리 레시피를 검색했고 맛있을 것 같아 캡처까지 해두었다. 


요즘은 매일 혼자 아침, 점심을 먹는다. 혼자 먹는 밥은 맛없다고 하는데 나는 아침 먹는 시간이 하루 중에 가장 행복하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이 꿀 같다. 아침 시간은 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싶다. 신랑과 아이는 월요일이 오는 게 싫다고 울부짖지만 일하지 않는 나는 월요일이 참 좋다. 

계속 월요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한다. 다른 요일에 비해 쇼핑센터도 월요일, 화요일이 한가한 느낌이 든다. (내 생각이다.) 매번 밥 먹기는 질리기 때문에 혼밥 점심메뉴로는 덮밥류나 면요리가 간편하고 맛있다.

 

비를 뚫고 오늘 꼭 가지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마트에서 사 온 가지와 꽈리고추, 대파를 깨끗하게 씻고 먹기 좋게 썰어준다. 가지는 어슷하게 동그랗게 썰어주고 꽈리고추와 대파는 다져준다. 

가지덮밥의 포인트 양념을 만들어줄 차례이다. 갖은양념을 넣어 간단하게 만들어준다. 아까 썰어두었던 꽈리고추와 대파를 넣어준다. 

된장이 베이스이다. 된장, 간장, 설탕, 미림, 물을 알맞게 넣으면 된다.

그나저나 이 소스가 일품이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가지를 노릇하게 구워준다. 익은 가지 위에 양념을 올리고 불을 꺼준다. 

가지가 익고 나니 얇아졌다. 좀 더 도톰하게 썰어줬으면 식감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밥에 가지를 올려서 한입 먹었다. 과연, 가지는 어떻게 됐을까?

내가 싫어하는 물컹하고 질깃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양념에 묻혀서 느껴지지 않는 건지 모를 정도로 

참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밥 한 공기 뚝딱했다. 

날이 흐려서인지 완성된 사진이 좀 마음에 들진 않지만 맛은 기가 막혔다. 

요리해 먹었던 가지 중에 최고 맛있는 것 같다. 주말에 신랑도 만들어줘야겠다. 

(기막힌 양념의 레시피는 백종원 님 레시피 참고하였습니다.)

신랑을 만들어주고도 남는 가지는 뭐 해 먹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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