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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ul 11. 2024

가슴성형-지금보다 더 예뻐질 것 같아요.

가슴성형 한지 만 한 달이 되었다. 

유방암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에게 제일 가장 큰 고민은 암이 있는 오른쪽이 아니고,

왼쪽 가슴 성형 부분이었다. 유방암센터 주치의 선생님도 성형외과 선생님도 암에 걸린 나에게 성형을 자꾸 권하셨다. '성형 따위를 고민할 정신이 아니에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저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유방암에 걸리고 살면서 한 번도 검색해 보지 않은 가슴성형을 찾아본다. 

지인 중에 가슴성형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심지어 얼굴 보톡스 맞은 친구도 얼마 없다.) 

나를 포함해 나의 지인들은 성형에는 다들 관심이 없다. 그래서 딱히 물어볼 사람이 없었는데, 회사 동료 중에 성형에 관심이 높은 분이 있어 조심스레 여쭤봤다. 

역시 주의 친구들이 성형에 관심이 많았고 그중에 가슴수술을 한 친구도 있다고 했다. 

가슴이 작아 고민이었던 그분은 가슴을 크게 만들고 자신감이 최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보고 뭘 고민하냐고 했다. 이것이 바로 기회라고 말이다. 

'기회?' 나는 이런 기회 갖고 싶지 않다. 처진 가슴도 좋으니 그저 암 환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차 암수술을 끝내고 2차 수술날까지는 3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 

그동안 가슴확장기라는 것을 하고 있는데 그게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겠다. 

마치 가슴이 저 위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3개월쯤 되니 괜찮은듯한 느낌이 들었다. 

가슴확장기를 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가서 주사를 맞는데 그럴 때마다 성형외과 주치의 선생님께서 왼쪽가슴 성형을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하두 말씀하시니 리프팅만 하겠다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사이즈를 조금만 줄이면 훨씬 예쁠 것 같다고 해주셨다. 전문가가 예뻐질 거라는데 안 할 이유가 없어졌다. 무섭고 떨리던 마음이 "지금 보다 더 예뻐질 것 같아요."라는 한마디에 다 끝났다. 

우리 주치의 선생님은 내가 쓸데없는 걸 물어봐도 항상 친절하게 답해 주신다. 

"선생님 무서워요. 얼마나 아플까요?"라고 걱정스럽게 물어보면 언제나 다정하게 "괜찮아요. 별로 안 아플 거예요."라고 해주신다. 만날 때마다 인사보다 무섭다는 말을 많이 하는 나에게 단 한 번도 짜증 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웃어주지도 않는다. 눈을 마주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말투는 언제나 다정하다. 

오른쪽 가슴은 소독이 필요 없을 만큼 잘 아물었고 왼쪽은 따갑기도 하고 아플까 봐 만지지도 못했다. 

그러다 샤워하면서 왼쪽 가슴 한쪽이 딱딱하게 느껴졌다. 

'어, 왜 이러지. 또 무슨 문제 있는 건가?"싶으면서 눈물이 주르륵 났다. 

신랑에게 큰일 난 것 같다며 울면서 전화를 했다. 대문자 T인 신랑은 "암 수술 한지 6개월 밖에 안 됐는데 큰일 날게 없다면서 웃었다."그러면서 바보라고 놀렸다.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봤다. 그 부위에 아직 멍이 들어 있었다. 

'그래, 상식적을 말이 안 되지. 다음 외래까지 기다려보자.'하고 있었다. 


드디어 오늘 외래를 가게 되었다. 

선생님께 "그런데요, 저 왼쪽 가슴이 좀 딱딱한데 이건 왜 이래요?"라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선생님은 "아. 원래 그럴 수 있어요. 안에 상처가 나서 그래요. 시간이 지나면 다 풀려요."라고 하셨다. 

그 말에 내 걱정도 다 풀렸다. 

마음의 걱정이 풀리니 "선생님, 저 성형한 거 잘한 거 같아요. 이거 안 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아요. 저 당당해졌어요."라고 이야기했다. 내 말을 듣고 표정이 없는 선생님께서 크게 웃으셨다.

웃는 선생님이 어색하기도 하고 내 말에 웃으니 나도 기뻤다. 그런데 정말 사실이다. 

혹시 저처럼 한쪽 가슴이 유방암에 걸려 다른 쪽 가슴 성형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시는 분들은 

꼭 하세요. 


서지브라를 벗고 오랜만에 내 속옷으로 갈아입었는데 옷 맵씨가 장난 아니다.

거울에 여러 번 비춰본다. 얼굴은 그렇지 못하지만  가슴은 20대로 돌아간 것 같다. 

신랑에게 어떠냐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왔다. 

하지만 성형은 본인 만족 아니겠는가 

가슴복원에 관한 정보는 많은데 기존 가슴에 대한 성형에 관해서는 정보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만족도는 얼마나 되는지 통증은 얼마나 있는지 말이다. 

한 달 된 지금으로서는 80% 만족이고 통증은 1차 암수술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수술하고 막 나왔는데도 통증은 전혀 없었다. 그날밤 잠도 잘 잤다. 

'암에 걸렸는데 성형하는 게 말이 되는가?' 싶을 수도 있는데 어쩌면 정말 기회일지도 모른다. 

모든 일에는 불행만 있진 않다. 이건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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