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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Jul 14. 2024

내일이 초복?

달력을 보고 놀랐다. 

내일이 초복이라고?

영양사 할 때는 한 달 전부터 닭값이 얼마니 지원을 해달라고 실랑이를 벌어야 하기 때문에 초복이 오기도 전에 지쳐버린다. 이런 실랑이는 매년 한다. 할 때마다 치사한 돈 이야기를 꺼내야 해 미쳐 버릴 지경이다.

우리 회사는 지원금을 받고 싶고 거래처는 지원금 없이 삼계탕을 먹겠다는 것이다. 

거래처가 지원금을 안 주겠다고 하면 복에 삼계탕은 없다. 

대신 삼계탕에 버금가는 장각탕이나 닭죽, 닭곰탕으로 구색만 맞춰준다. 

만약 지원금을 지원해 주면 삼계탕이 냉장이냐 냉동이냐 영계나 등등 따져 묻는다. 

"냉장에 영계"라고 말씀드린다.  삼계탕은 속에 찹쌀과 마늘, 대추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닭은 초복 전날 입고 되어야 한다. 그리고 발주서를 몇 번을 확인한다. 삼계탕에 김치만 나가는 게 아니고 다른 반찬들도 제공되기 때문에 이날 주문 잘못 들어가면 최악의 아침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조리장과 조리원들은 몇백 마리의 닭을 씻고 그 안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다리를 꼬아 차근차근 바트에 남아 냉장고에 넣어둔다. 그렇기 때문에 닭이 들어오는 날 메뉴는 아주 간단하게 계획해야 한다. 

닭도 들어오는데 메뉴도 복잡하게 작성하면 주방에 짜증이 장난 아니다. 

날씨도 더운데 할 일도 많지, 그러면 일하는 여사님 짜증 게이지가 장난 아니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게 조심해야 하는 시기이다. 

이럴 때 필살기는 

비타오백이나 박카스를 출근할 때 사비로 구입해 가는 것이다.  혹은 아이스아메리카노 카페에서 주문해서 사다 나른다. 이런 거 하나로 짜증이 가득했던 주방은 열기가 확 가라앉는다. 

초복에 회사에 출근할 적마다 지겹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뜨거운 주방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 보면 녹초가 되어 닭이 아니라 내가 삶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올해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렇게 초복이라는 것도 잊고 지낼 수 있다. 

친구와의 약속을 잡기 위해 달력을 보다 문득 내일이 초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초복인지 몰랐는데 오늘 닭 한 마리 칼국수를 해 먹었다. 이맘때는 보양식을 먹어야지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이런 우연이. 


나는 요새 하림의 서포터스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하림에서 나오는 닭을 제공받는 중인데 닭목살만 담아있는 제품을 제공받았다. 

닭에서 딱 한점 나오는 살이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일품이라고 하는데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어떻게 먹을까 하다 닭 한 마리 칼국수로 만들어 먹기로 했다. 

강원도 엄마 텃밭에서 수확해 온 호박, 대파, 고추를 먹기 좋게 썰어준다. 

막 수확해서 그런지 싱싱함의 차원이 다르다. 

냄비에 물을 올리고 대파와 양파 그리고 닭목살을 넣고 육수를 낸다. 



익은 닭은 건져내고 썰어둔 야채를 넣고 칼국수 면을 넣어 끓여준다. 치킨스톡과 소금을 조금 넣어 국물의 간을 맞춰준다. 건져놓은 닭에는 소금과 후추를 뿌려 간을 해준다.



면기에 면과 국물을 담고 위에 닭목살을 올려주면 완성이다. 

엄마가 만들어준 맛있는 겉절이와 함께 먹으면 딱이다. 얼큰하게 먹는 걸 좋아하는 신랑의 기호에 맞춰 

고추도 썰어둔다. 


에어컨 앞에서  후후 불어서 먹는 칼국수 맛이, 국물 맛이 기가 막힌다. 

거기에 겉절이 김치 하나 올려 먹으면 극락 간다. 

냉국도 좋지만 이열치열이라고 뜨거운 국물도 참 좋다. 


암에 걸리고 올해는 여유로운 초복을 맞이할 수 있어서 더없이 행복한 것 같다. 

나 이러다 영영 현장으로 못 돌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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