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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Nov 24. 2024

사춘기 딸과 함께 먹는 떡볶이

계란떡볶이, 차돌박이궁중떡볶이, 짜장떡볶이

딸이 부쩍 짜증을 잘 낸다. 숙제하다 버럭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일밤 숙제를 완수하게끔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버럭해도 살살 달래 가면서 비위를 맞춰준다. 그런데 하루는 내 화도 불쑥 올라왔다. 

"내가 너를 어디까지 맞춰줘야 하는 거야!" 하면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러면서 "네가 아무리 짜증 내봐, 나 못 이겨. 나 갱년기야!" 했다. 참아야 했었는데 한바탕 전쟁이 끝났다. 

아이가 집에서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아 도서관에서 하면 공부가 더 잘 될까 싶어 끌고 간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 새는 법. 한 시간을 넘기니 집에 가고 싶다며 몸을 꼰다. 

"엄마, 나 이제 집중력 떨어졌어. 나 가고 싶어."라고 소곤소곤하게 말한다. 

나는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던 중이라."잠깐만!"이라고 하면서 짜증을 냈다. 아이는 입을 삐죽거리면서 핸드폰을 만졌다. 1-2분쯤 지났을까 또 나를 부르면서 핸드폰 화면을 보여준다. 핸드폰 화면 안에는 갱년기 증상들이 이모티콘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중 확대해 보여준 부분이 감정기복이었다. 

그 그림을 보는 순간 웃음이 팍 터졌다. "잘 아네. 엄마 지금 감정기복 있으니깐 알아서 잘 좀 해."라고 했다. 몸을 뒤틀고 있는 딸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 글 쓰던 것을 정리하고 일어났다. 

집에 가는 길에 딸에게 물었다."요즘 왜 자꾸 짜증이야?" 내 물음에 딸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왜~ 왜 자꾸 짜증 내는 건데? 화가 막 나는 거야?"라고 고새를 참지 못하고 묻는 나에게 "엄마, 나 사춘기인가 봐."라고 대답했다. 뜸을 들이고 말한 단어가 '사춘기'라니!!! 너무 웃겼지만 신중하게 말하는 아이의 태도에 웃음을 참고 "사춘기가 왔구나~ 우리 딸 이제 진정한 어른이 되고 있는 거네!"라고 하며 잡고 있는 손을 세게 잡았다. 아직도 이렇게 아기 같은 손, 보드라운 머리카락, 부러질듯한 팔뚝인데. 마음은 벌써 어른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친구들이 킹 받게 하는 말들은 참을 수 있는데."아이의 말을 중간에 자르면서  "그런데, 엄마가 뭐라고 하면 참았던 그 감정들이 확 올라오는 거야?"" 그런가 봐. 헤헤~"한다. 이 웃음에 딸바보인 나는 딸의 사춘기 짜증을 다 받아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까칠한 마음을 보드랍게 만들어 주는 치트키 음식이 있다. 

바로 '계란떡볶이'이다. 예전에 양희경 님이 소개한 음식이다. 양희경 님은 마음이 허할 때 이 계란떡볶이를 만들어 먹는다고 들었다. 영혼까지 따뜻해지는 맛이라고 소개했다. 

계란과 떡볶이라, 상상만으로도 영혼까지 따뜻해지는 맛일 것 같다.

계란떡볶이의 떡은 떡국떡을 사용한다. 떡국떡과 어묵을 뜨거운 물에 한번 데쳐주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를 볶다 떡과 어묵 그리고 풀어둔 계란을 넣고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후추를 톡톡 뿌려주면 완성이다. 

빨간 떡볶이를 기대한 딸인데 심심한 색의 하얀 떡볶이가 나오니 눈이 땡글 해진다.

하지만 한입 먹어보면 빨간 떡볶이가 생각나지 않는 맛이다. 



그다음으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는 차돌박이궁중떡볶이

요 근래에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마라탕 다음으로 떡볶이 먹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프랜차이즈 떡볶이도 맛있지만 엄마표 차돌박이 궁중떡볶이를 먹으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차돌박이의 고소한 맛과 달달한 간장양념이 더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이다.

만드는 방법은 

1. 양파, 당근, 버섯을 손질한다. 

야채는 파프리카 추가해도 좋고 느타리버섯 말고 표고버섯 넣으셔도 좋다

2. 떡과 버섯을 뜨거운 물에 한번 삶아준다.

3. 간장 양념을 만들고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당근을 볶아준다.

4. 야채들이 어느 정도 익었으면 버섯과 떡, 양념을 넣고 섞어준다.

(양념:간장 2T, 굴 소스 1T, 설탕 1T, 미림 1T, 참기름 1T, 다진 마늘 0.5T, 올리고 당 1T)

5. 차돌박이는 따로 구워서 마지막에 떡볶이 위에 올려준다.

(차돌박이에 소금과 후추 뿌려주세요.)

궁중떡볶이라고 하면 차돌박이 부위 말고 돈 잡채 용이나 소불고기 부위로 많이 하는데

고기에 양념을 하지 않고 소금, 후추만으로도 간단하지만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차돌박이를 넣어 만들었다. 


아이들 중에 짜장면 싫어하는 아이는 못 본 것 같다. 우리 딸도 마찬가지다. 

면 음식을 좋아하는데 라면 다음으로 짜장면을 참 좋아한다.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한다고 말할 정도이다. 

짜장가루를 이용해서 짜장떡볶이를 만들어보겠다. 이 메뉴는 유치원 간식으로도 많이 나가는 음식이다. 

유치원 아이들은 아직 매운 음식을 잘 못 먹기 때문에 짜장으로 떡볶이 해주면 인기만점이다. 

영양사 엄마로서 아이들 간식으로 떡볶이를 줄 때 단백질이 없어서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짜장 떡볶이는 돼지고기가 들어가  탄수화물만 잔뜩 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아! 그리고 메추리알을 넣어주면 보기에도 훨씬 예쁜 짜장떡볶이가 된다. 

만드는 방법은 

1. 떡을 불려준다. (재료 손질하는 동안 잠깐 물에 담가주기)

2. 사각어묵과 대파 먹기 좋게 썰기

3. 양념장을 만들어주세요.( 짜장분말 50g, 다진 마늘 조금, 올리고당 1T, 설탕 1T) 

4. 프라이팬에 돼지고기 넣고 볶는다.

5. 내용물이 잠길 만큼 물 넣고 떡이랑 어묵, 대파 넣고 익힌다.

6. 내용물이 반 정도 익었을 때 짜장 소스 넣고 끓여주면 완성이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먹는 떡볶이가 더 맛있겠지만 

가끔 엄마가 해주는 떡볶이 간식도 좋다고 한다.

떡볶이를 먹는 동안 아이가 물어보지 않는 학교생활 이야기도 해주는 마법 같은 음식이기도 하다. 


내가 갱년기가 오는 나이가 됐든 딸도 자신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 

신랑이 어쩌다 짜증을 내면 아이가 "아빠도 갱년기야?"라고 묻는다. 

그 물음에 신랑이 

"지금 우리 집은 엄마도, 아빠도 갱년기야. 한마디로 우리 집은 지금 전쟁이야. 사춘기랑 갱년기가 붙으면 갱년기가 이긴다는 거 잘 알고 있겠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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