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러너의 운동일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유방암 수술 후 건강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내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 신경을 쓰고 조심하고 있다.
먹는 것만큼 초미의 관심사는 운동이다.
수술 직후 걷기 운동이 몸 회복에 좋다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퇴원 후 참 열심히도 걸었다.
5개월쯤 걷다 보니 지독히도 무더운 여름이 왔다. 밖에서 걷다가는 쓰러지기 딱 좋은 날씨이다.
집 앞에 있는 에어컨이 나오는 헬스장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공원에서 운동할 때와는 달리 헬스장에서는 스트레칭도 해주고 근력운동도 매일 열심히 해주었다.
몇 달 걷다 보니 걷는 것만으로는 절대 운동이 안된다는 사실을 느꼈다.
나는 조금씩 뛰어보기로 결심했다.
뛰다 보면 가슴에 당연히 무리가 간다. 그래서 망설였다. 뛰는 건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섭다고 안될 것 같다고 해보지도 않고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다.
그래서 조금씩 뛰어봤다.
인터벌 운동이라고 2분 뛰고 1분 걷기를 반복했다.
처음 뛸 때는 온 신경이 가슴에만 가 있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픈 것 같고 불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뛰다가 안되면 다시 걸으면 되는 것이다. 이것쯤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지 않은가.
8월부터 9월까지 한 달간 인터벌 운동을 했다.
2분 뛰고 1분 걷기는 시시한 단계로 들어왔다. 5분에서 10분, 15분씩 5분씩 뛰는 시간이 늘어났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다시 공원을 돌기 시작했다. 헬스장에서 뛰다 보니 공원을 걷는 것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운동은 심장이 뛰어야 하는데 걷기 운동은 심장이 평온하다. 평온한 심장을 미친 듯이 뛰게 하고 싶어
줄넘기를 천 개씩 했다. (천 개는 생각보다 금방 한다.) 또는 뒷동산을 두 번씩 오르락내리락했다.
그러다 줄넘기 챙겨 나가는 게 귀찮아 공원을 달려봤다.
'어 이거 뭐지? 헬스장과 느낌이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헬스장에서는 15분도 뛰었는데 공원에서는 3분도 숨이 턱에 차는 느낌이 들었다.
금방 지치는 나 자신이 싫었다. 무척 힘들었다.
내일은 좀 낫겠지 싶어 매일 조금씩 달리고 달렸다.
힘들다 보니 며칠 안 했는데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냥 걷고 싶었다.
그렇게 나의 달리기는 마무리가 되나 싶었는데 유튜브에서 '슬로러닝'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슬로러닝이 바로 나를 다시 달리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