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에 와서 뭘 왕창들 배우고 있잖아 보통은 안 그러지 않나?
"아아, 참 안변해"
어른들은 버스 앞쪽에 몰려 앉아 가이드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퀴즈도 하면 번쩍번쩍 손을 들던 모습을 떠올렸다. 유난히 정보 습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온 가족이 모여있을떄 입을 벌리고 있으면 공기 중에 가득한 단어들이 시리얼처럼 씹힐 것 같았다.
나는 세상에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생각해. 남이 잘못한거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이랑 자신이 잘못한거 위주로 기억하는 인간. 후자쪽이 훨씬 낫지.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질리지 않는것, 수십 년 한 분야에 몸을 담으면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같은 주제에 수백수천 번씩 비슷한 듯 다른 각도로 접근하는것. 즐거워하면서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질리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하다.
"왜 그런걸로 울었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거야 그 사람이 죽고 없어도.
부모가 우는걸 보는 것은 정말로 무섭지. 어른들이 유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정말로 무서워...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손맛이 생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무것도 당연히 솟아나진 않는구나 싶고 나는 나대로 젊은이들에게 할 몫을 한 것이면 좋겠다.
"우린 하와이에서 제사를 지낼꺼야"]
80년대생 기혼의 평범한 여성인 나에게는 이 문장은 산뜻하게 다가왔다.
얼마 후면 추석이 다가온다. 운좋게도 시댁은 제사에 목숨 거는 집안이 아니여서 큰 사건 없이 지내왔지만
명절에 여행을 간다는것은 상상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제사는 지내야 한다는 원칙
여기서 더욱 놀라운것은 신랑도 반드시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게 놀라웠다.
명절에 시댁에 가는 차안에서
"왜 여자들만 쉬지못하고 일해야 하는거지? 나도 사회생활하고 힘들어서 명절 연휴에는 쉬고 싶은데."
"이건 전통이기 떄문에 (한국의 유고사상) 어쩔수 없는거야. 예전엔 남자들이 도와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많이 도와주는걸로 많이 바뀌었잖아."
이게 무슨 개소리 인가..시부모님 보다 저렇게 생각하고 사는 사람이 나의 배우자라는게 너무 기가 막혔다.
그리고 엄마는 늘 입버릇 처럼 말씀하신다. 조상을 잘 모시지 않으면 후손들이 잘 되지 못한다고 말이다.
이건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걸까..
심시선 여사님은 말씀하신다.
[형식만 남기고 마음이 사라지면 고생일 뿐입니다, 그것도 순전 여자들만.]
심시선의 딸 역시 말한다.
[기일 저녁 여덟시에 제사를 지낼 겁니다. 십주기니깐 딱 한번만 지낼건데 고리타분하게 제사상을 차리거나 하진 않을거고요
각자 그때까지 하와이를 여행하면서 기뻤던 순간을 수집해 오기로 하는 거예요. 그 순간을 상징하는 물건도 좋고, 물건이 아니라면
경험 자체를 공유해도 좋고.]
결혼 3년차쯤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형님이 주방에 있으면 쇼파에 앉아 있는거 아니라고,그래서 나는 하루종일 주방에 서 계시는 어머님, 형님을 따라 명절 내내 주방에 서서 얘기하고 요리하고 다과를 준비한다. 주방을 벗어나면 마음이 불편할 지경이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상황이 항상 있다.
남자들은 (아버님 이하 ) 거실에서 tv보는 모습은 당연하기도 하고 아주 자연스럽다.
같이 먹는 음식인데 왜 여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생각하면 할수록 분통 터지는 부분이다.
비단 시댁 뿐 아니다.
친정집에와도 사위를 위해 엄마는 주방을 떠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명절은 남자들을 위한 날이구나. 그러나 이런모습은 내가 아주 어린시절부터 (오래전부터) 봐왔던 모습이다. 변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나로써는 아직 체감하지 못한다.
제사 지낼때 힘든 가사노동은 여자들이 하고 남자들은 절만 한다. 어른이 되어서 이런 상황들을 더욱 이해 할수 없었고 이해가 안되니 매년 명절 차안에서는
매번 같은 주제로 좁혀지지 않은 논쟁을 하곤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이마저도 코로나라는 커다란 바이러스 때문에 할 수 없게 되었다.
작년 추석에 시부모님이 오지말라고 하셔서 연휴의 기쁨을 맘껏 느껴야지 했는데 명절 기분도 안나고 쓸쓸하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선으로부터의 큰 카테고리는 여자들의 얘기이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이 있었다.
["재능이 없는것 같기도해 레벨업을 해야 하는 순간에 레벨업을 못하고 있달까?......이미 다 자기 자리를 찾았고 굳이 나까지.. ]
[일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는지 여전히 감이 오지 않는다 일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길들여지지 않는 괴물 늑대와 같아서, 여차하면 이빨을 드러내고 주인을 물 것이다. 몸을 아프게 하고 인생을 망칠 것이다. 그렇다고 일을 조금만 사랑하자니, 유순하게 길들여진 작은 것만 골라 키우라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 소소한 행복에서 의미를 찾자, 바깥의 평가보다 내면의 충실한 삶을 택하자는 요즘의 경향에 남녀 중 어느 쪽이 더 동의
하는지 궁금했다. 내면이 충실한 삶은 분명 중요한데, 그것이 여성에게서 세속의 성취를 빼앗아가려는 책략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런데 성취하자니 생활이 망가지고, 일만 하다 죽을것 같고..]
아이가 있는 엄마들은 일을 하러면 포기해야 하는것이 많다. 핑계 아니고 현실이 그렇다. 어쩔수 없이 현실에 타협을 하고 만다.
아이만 키우면서 나의 커리어를 잊고 살거나 적은 급여를 받지만 그럼에도 일 할 수 있어 감사하다 라는 마음을 갖고 하는것이다.
요 근래에 나는 더 이상은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삶을 원하면서 레벨업을 하지 않는 게으른 나의 모습 변화하고 싶었다.
그러나 겁이 나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런던 중에 이책을 만났고 심시선 여사의 응원을 받았다.
[여자도 남들 눈치보지 말고 큰 거 해야 해요 좁은면 남들 보고 비키라지 공간을 크게 쓰고 누가 뭐라든 해결하는 건 남들한테 맡겨버려요 문제 해결이 직업인 사람들이 따로 있잖습니까? 뻔뻔스럽게. 배려해주지말고 일을 키우세요 아주 좋다 좋아 좋을 줄 알았어요.]
결혼을 해 남편이 있지만 나는 결정했다 주체적인 삶을 살자고, 항상 마음속에만 품어왔던 일을 해내자고
심시선 여사는 모든 여성들을 응원하고 있다.
아주 산뜻하고 쿨한 마인드로 말이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진 못했지만 "아주 좋다. 좋아. 좋을 줄 알았아요."라는 말이 책을 덮어도 계속 귀에 맴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주인공을 왜 심시선이라고 했는지 알것같다. 모든 여성의 시선이 변화하는 그 순간부터 나 그리고 주변이 달라진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마음속에서만 있고 말하지 못했던 나의 꿈에 이 책이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21세기 지금 현재 지구 반대편 아프가니스탄에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 여성들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다.
그 여성들에게도 희망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