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러너의 운동일지
추웠던 사무실에서 드디어 퇴근을 했다. 집에 오는 길에 눈발이 살짝 날렸다.
'눈 오니 운동 안 해도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속으로 살짝 기분이 좋았다.
소파에 전기장판은 켜고 앉아 어제 보지 못했던 예능프로그램을 본다. 몸이 노곤노곤해지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딸이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왠지 낮에 자고 있는 걸 들키면 안 되는 것처럼 명랑한 목소리로 잘 갔다 왔느냐고 물으며 가방을 받아준다.
딸 안경에 하얗게 김이 찼다. "추웠지? 밖에 눈 와?"라고 물어본다.
눈발이 아주 약하게 날리면 창문에서는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내심 딸이 "눈 조금 와."라는 말을 해주길 바랐다.
하지만 내 시력은 역시나 좋았던 것이다. "밖에 눈 안 오는데?"라고 정 반대의 대답을 해준다.
아이는 오자마자 가방을 챙겨 영어학원으로 간다고 했다. 아이를 보내고 전기장판에 붙어버린 엉덩이를 간신히 떼어본다. '전기장판을 없애던지 해야지.'라고 속으로 하나마나한 생각을 한다.
출근했던 옷을 벗고 스포츠브라로 갈아입고 얇고 따뜻한 옷 몇 벌을 걸쳐 입고 운동 나갈 준비를 한다.
두꺼운 패딩을 입을까 하다 뛰다 보면 불편할 것 같아 경량패딩으로 입고 역시나 이어폰을 꽂고 밖으로 나간다. 날이 흐리기만 하지 생각보다 춥진 않았다.
아이가 올 때까지는 딱 한 시간 남았기 때문에 빠르게 걸어 공원으로 간다.
나오기 전까지만 하기 싫어 미치겠지만 공원에 도착하면 뛰고 싶어 미치겠다.
오늘은 공원 한 바퀴 반 돌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일반 양말을 신고 뛰다 보니 물집이 장난 아니라 검색해서 러닝용 양말을 구입했다. 일반양말보다는 폭신한 느낌이 좋다. 이번주 내내 개인 볼일이 있어 운동을 하지 못했다. 월요일 뛰고 금요일 뛰게 되었다.
많이 쉬었으니 컨디션이 훨씬 좋을 것이라 생각해 오늘은 공원 한 바퀴 반 돌아야지 하고 목표를 정한다.
뛰면서 생각한다.
'역시 러닝용 양말을 다르구나. 고작 양말 하나 바꿔서 이렇게 좋은데 러닝용 운동화까지 신으면 나 날아가는 거 아니가?'라는 생각
'물에서 푸드덕 거리며 하늘로 떼 지어 날아가는 새들을 보며 아이유 노래 중에 새들이 음표가 되어 나네.라는 노래 가사도 생각
'자동차 엑셀을 땀나게 밟으며 나는 대체 언제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강제 휴식이 주어져도 나란 인간은 이렇게 일부로 심장을 뛰게 만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
그러다
인간은 왜 한계 도전하려고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운동은 힘들다 또 괴롭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자꾸 본인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애쓰며 사는 걸까 목표지점이 한참 남은 곳에서 생각한다.
목표한 골인지점에 다 달았다. KM를 보니 3킬로였다. 하지만 더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3.5킬로 까지 달리고 멈춰서 사진으로 기록한다.
달리면서 했던 인간은 왜 한계에 도전하려고 할까의 답이 나왔다.
한계를 넘을 때까지는 힘들고 괴롭지만 넘어서는 순간 그 쾌락이 더 더더더더더더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도 중독일까?
이것이 오늘 달리면서 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