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러너의 운동일지
대자연의 날이 오려고 하면 며칠 전부터 잠이 잘 안 온다. 그 날짜가 언제나 뒤죽박죽이어서 밤에 잠이 잘 안 오면 또 그날이 오려나 하고 편하게 생각하려고 하는데 밤에 잠이 잘 안 드는 것처럼 미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어젯밤에도 억지로 잠이 들었다.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알람이 울린다.
억지로 일어나 아이를 학교 보내고 출근하지 않는 나는 다시 침대로 쏙 들어간다.
불가 일 년 전만 하더라도 체력이 나쁘다고 생각 안 했는데 요즘은 조금만 움직여도 밤이 되면 피곤해 미치겠다. 신랑은 운동을 그렇게 하는데 왜 피곤하냐고 묻는다.
나도 그게 궁금하다. 예전보다 운동강도는 올라간 것 같은데 체력은 예전만큼 좋지 못한 것 같다.
하기 싫은 일부터 빨리 끝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운동을 하러 나간다. 나가기 싫은 마음이 들떄
'딱 30분 뛰는 건데 이것도 못한다고?'라고 나의 마음을 살살 자극한다.
오늘은 어제 산 새 운동화를 신고 달려보려고 한다. 민트색이 시선을 강탈한다.
공원으로 걸어가면서 편한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좀 차긴 하지만 아주 많이 춥진 않았다. 뛰면서 공원을 두 바퀴 돌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저번보다는 더 많이 뛰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뛰면서 무아지경에 빠지는 지점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언제 그런 시점이 올까? 생각하면서 묵묵히 달려본다. 불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바퀴 도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는데 그런 내가 2바퀴나 돌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두 바퀴째 뛰는데 오른쪽 발목도 아픈 것 같고 무릎도 아픈 것 같다.
전에는 옆구리가 당기고 어깨가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아픈데도 참 많다.) 요즘은 발목이 좀 아프다.
몸이 뚱뚱하니 무릎과 발목이 고생이다. 하면서 살살 뛰어봤다.
손에 걸려있는 워치를 계속 확인한다. 저번보다 시간도 30초나 줄였다.
기록을 좀 당겨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마라톤 대회에 신청할 때만 해도 나는 1킬로 정도밖에 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5킬로를 다 뛸 필요는 없지 않나? 뛰다 걷다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잖아
라는 아주 간단한 마음으로 신청했는데 지금 나는 5킬로를 쉬지 않고 완주한다는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2024년에 유방암에 걸리고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마음으로 눈물 흘리며 걸었던 때가 있는데
2년 3년이 지난 시점도 아닌 일 년도 채 되지 않는 시점에 나는 달리고 있다.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인데 달리니 땀이 흠뻑 난다. 지금은 큰맘 먹어야 되는 일인데 앞으로는
간단하게 3킬로 뛰어봤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새신을 신고 뛰어서 그런가
물집도 안 잡히고 편히 뛰었다.
오늘의 기록
시간-40:23
거리-4.20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