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러너의 운동일지
마음으로만 글을 썼다 지웠다 하며 여러 날이 흘렀다.
새 운동화를 사놓고는 연말이라는 핑계로 달리기를 쉬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
작심삼일이라도 새해가 시작됐으니 다시 한번 달려볼까? 싶어서 오랜만에 공원으로 향한다.
푹 쉬고 달리면 다리가 가벼워 훨씬 많이 뛰게 된다.
두 바퀴만 달려야지 하다(4.2킬로) 컨디션이 좋아서 5킬로도 뛸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요가 선생님의 말처럼 목표는 더 멀리 잡아야 그 근처에라도 도착할 수 있는 법이다.
아무 생각 없이 이어폰에서 나오는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뛴다.
'2킬로는 뛰었겠지?' 하고 확인해 보면 1.7킬로이다. 이때쯤이 가장 숨이 차고 힘이 든다.
어깨가 아픈 것 같고 옆구리도 당기는듯한 느낌이 들 때쯤이면 2.5킬로
이젠 발목과 무릎 그리고 물집 잡혔던 발바닥 양쪽이 모두 쓰라린다 싶으면 3킬로이다.
3.5킬로,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달리기 무아지경에 빠져든다.
무아지경에 빠졌을 때는 <나만의 생각>으로 빠져들어 몸 어디가 불편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가장 많이 떠오는 장면은 유방암이라고 선고받던 그날, 수술했던 그날, 병실에서 회복하던 그날.
눈물의 그날들이 떠오른다. 그러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나의 인생의 목표를 다시 수정한다.
성공하는 인생보다는, 아프지 않게 죽고 싶다 까지 연결한다.
어젯밤 인스타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는 한 여자가 자궁경부암 3기 진단을 받을 것을 떠올린다.
운동을 하고 있지만 배신감이 느껴진다. 이렇게 열심히 하면 뭐 하나... 하는 생각도 살짝 스친다.
공원을 한 발짝 뛰면서부터 언제 5킬로를 뛰지 라는 생각이 들어 부담이 된다.
그럴 때 내 마음의 다른 자아가 나와 '미정아 넌 지구력이 좋잖아. 포기만 하지 마.'라고 나에게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멈추고 싶던 내 마음을 또 이겨본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 달았다. 해냈다는 기분에 취해 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뛴 거리에만 신경을 썼는데
지금은 기록을 당겨보고 싶다와 5킬로쯤은 가뿐하게 뛸 수 있는 사람 되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처음에 슬로러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5킬로를 뛸 수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쑥쑥 늘어나는 거리에 재미가 붙는다.
살은 죽어라 빠지지 않지만 달리기를 내 평생의 취미로 삼아 다가오는 갱년기도 가뿐하게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