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러너의 운동일지
오늘은 워치에서 이런 알람이 왔다.
<5킬로미터 달리기 속도 신기록> 배지도 준다.
그렇게 기록을 줄이고 싶었는데 드디어 1분 줄였다.
월요일 달리고 오늘 다시 달렸다. 게으름 러너이다.
하루는 쉬고 하루는 개인적인 일이 있고 또 다른 날은 한파였다. 진짜다.
드디어 오늘은 달릴 수 있었다. 얼마나 몸이 근질거렸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뛰는 거니깐 딱 3킬로만 뛰어야지 하고 나가지만
나와서 뛰다 보면 내 다리는, 내 의지는 조금만 더 뛰라고 유혹한다.
옆구리가 왜 이렇게 당기지? 숨이 왜 이렇게 차는 거지?
거리를 확인해 보니 1.3킬로
이거밖에 안 뛰었는데 힘들다고? 너무 오래 쉬었어...라고 생각한다.
힘들 때, 달리기 싫을 때 주문처럼 '포기만 하지 말자.'라며 계속 생각한다.
분명 3킬로가 되면 달리기의 무아지경에 빠질 것이다.
5킬로 보다 더 뛰고 싶었는데 5킬로 알람이 오자마자 다리가 멈춰버렸다.
신랑은 나에게 집에 있으면서 뭐가 바쁘냐는 막말을 한다.
그러면서 나를 늘 화나게 하는
"너는 네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있는데 왜 나한테 힘들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럼 나는 "내가 좋아해서 하는 줄 알아?"라며 따진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일을 그만두고 여러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일이지만
나는 한번 시작한 일은 정성껏 한다. 그래서 매일이 바쁘다.
신랑의 말대로 살림을 해서 바쁜 것도 아니고 아이를 돌봐야 해서 바쁜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벌인 일들을 매일 너무 정성껏 하느라 늘 시간이 없다.
이 운동도 내가 정성껏 하는 일중에 하나이다.
"내가 좋아해서 하는 줄 알아?"라고 했지만 정성껏 하는 모든 일은 내가 좋아서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뛰는 중에 들었다.
내가 좋아서 달리고 내가 좋아서 요리를 하고 내가 좋아서 글을 쓴다.
누가 시켜서 했으면 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내가 좋아서 힘들어도 달린다.
달리는 게 뭐가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빠르게 발전하는 내가 보여서 좋다고 말해야 할까?
친구는 그런다. "달리기 하면 살 많이 빠졌겠다."라고 말이다.
달리기는 살 빼기 위해 하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다. 나를 성장시키고 싶기 때문에 달리는 것이다.
살면서 나 스스로가 남들과 비교 많이 했다.
학창 시절 내가 살던 아파트 앞동에 전교 일등 친구가 살고 있었다. 공부 잘하는 그 친구가 부러웠다.
친했지만 그 친구를 볼 때마다 질투가 났다. 우리 집 거실 베란다에서 그 친구 공부방 불이 켜졌는지 꺼졌는지가 보인다. 나는 졸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열심히 공부는 하지도 않고 그 친구 방에 불의 ON, OFF만을 왔다 갔다 하면서 확인했다. 불이 꺼지지 않으면 편안하게 잠들지 못했다.
질투의 화신인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도 질투를 느껴 나를 더 다그쳤다.
내가 느끼기에 벅찼는데, '이러니깐 네가 안되는 거야.'라든지 '이 정도로 번아웃이 온다고?' 하면서 나를 계속 다그쳤었다. 그때 적었던 다이어리를 보면 남들과 비교하지 말자고 적혀있다.
적어만 두지 정작 실천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그때의 나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프고 나서는 나의 몸상태에 나의 컨디션에만 신경 쓰다 보니 예전과는 좀 달라렸다.
힘들면 쉬었고 하기 싫으면 안 했다.
그리고 이젠 정말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본다.
달리기를 하면서 인생을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