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러너의 운동일지
며칠 전부터 머리가 조금씩 아팠다.
금요일은 딱 한번 회사에 출근하는 날인데 오전 업무가 끝나갈 때쯤부터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퇴근 후 바람도 쐴 겸 뛰러 나갔다. 해가 지기 전까지만 뛰어야지 했는데 뛰고 나서 보니 깜깜한 밤이 되었다.
'오늘은 5킬로 넘게 뛸 거야.' 하고 마음을 먹고 뛰고 뛰고 또 뛰었다.
같은 장소를 뱅글뱅글 도니 지겹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빨리 뛸 필요 없다. 포기만 하지 말자'라고 멈추고 싶을 때마다 억지로 생각을 꺼냈다.
그러다 4킬로쯤 뛰었는데 무릎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어라, 무릎이 아픈 적은 없었는데.' 싶었지만 못 달릴 정도로 아프지 않아 목표지점을 향해 끝까지 달렸다.
다 뛰고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약 한 시간이나 쉬지 않고 달렸다.
올해 최고 기록 6킬로를 기록했다.
뜀을 멈추고 걷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거려서 넘어질 것만 같아 다리에 힘을 주고 집까지 걸어갔다. 무릎이 아까보다 훨씬 불편해졌다.
아침에 진정됐던 두통은 저녁이 되니 또 시작이다.
기존마다 많이 뛰어서 그런 건지 출근을 해서 그런 건지 파김치가 된 느낌이었다.
한 달 후에 한국사 시험 대비 공부하려고, 마음은 그랬는데 도저히 책상에 앉을 수도 없었다.
공부는커녕 아픈 다리에 파스 붙일 힘도 없었다.
두통으로 눈이 빠질 것 같아 한 장도 공부 못하고 찝찝한 상태로 오랜만에 기절하듯 잤다.
(잠이 들기까지 언제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
실컷 자고 아침에 일어났는데 (개운하게 일어나는 사람이 있는지, 언제쯤 잠이 없어져서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지 아주 궁금함) 어제 아팠던 무릎이 더 아파졌다.
두통도 계속 이어졌다. 간단히 사과 한쪽 먹고 진통제와 타목시펜을 먹었다.
어제는 붙이지 못했던 파스도 찾아서 다리에 붙였다. 약을 먹으니 두통은 다 날아갔지만
다리는 어제보다 훨씬 아파졌다.
무릎이 아픈 건 체중이 많이 나가서 일 것이다. 뛸 때 무릎으로 충격이 많이 간 모양이다.
무릎이 회복될 때까지 뛰지 않고 걸어봐야겠다~
왜 인지 행복한지 모르겠다.
뛰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핑계가 생겨서인지, 왜 인지 모르게 행복하다!
뛰지 말고 걸어야지 하고 공원에 나가도 나는 또다시 뛰게 될 것이다.
미련한 나를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