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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1년 검진결과

모두 100점

by 송 미정

유방암 정기검진 받은 지 6개월이 지났다.

아침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갔지만 예약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수납하고 옷 갈아입고 채혈하는 곳에 앉아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6개월 전에는 하지 않았던 mri 검사와 골밀도 검사가 추가로 들어있었다.

불가 몇 달 전만 해도 병원만 들어오면 눈물범벅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담담해졌다. 이름이 불리고 들어갔는데 6개월 전에 천사 간호사님이 당첨되었다.

천사 간호사님은 기억 못 하겠지만 나는 너무 반가워

6개월 전 감사했다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이번에도 아프지 않게 신경 쓰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어찌나 든든한지, 마음이 편했는지 모른다.

채혈을 마치고 유방촬영과 골밀도 촬영을 하러 올라갔다.

골밀도 촬영은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했다. 이름이 호명되고 진료실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체중과 키를 재야 한다고 했다.

주사보다 무서운 몸무게 측정이다. 체중계에 올라가면서 "선생님 제가 원래 이렇게 뚱뚱하지 않은데, 아프고 살이 잘 안 빠지네요."라며 묻지도 않는 아무말을 하며 올라갔다.

선생님이 혹시나 키와 몸무게를 밖으로 말할까 봐 다급하게 "선생님!! 제 귀에 대고 말해주지 마세요." 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원래는요 훨씬 날씬했어요."라고 또 아무말이나 한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지금도 날씬하세요."라고 하는 것이다. (남자선생님)

얼마나 센스 있는 말인가... 거짓인걸 알지만 웃음이 나왔다.


다음 진료는 ct촬영이다. 친절한 선생님의 배려로 뜨끈하게 촬영을 잘 마쳤다.

ct는 "숨 참으세요. 내뱉으세요."따라 하다 보면 금방 끝난다.

이제 대망의 mri검사로 들어간다. 렌즈를 빼고 촬영하다 보니 더듬더듬 촬영실로 들어간다.

엎드려서 30분간 똑같은 자세로 누워있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 곤욕이었다.

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건지가 가장 궁금했다. 처음 mri촬영할 때는 중간중간에 몇 분 남았다.

지금 아주 잘하고 있다는 응원도 해줬는데 아무 말도 없으니 답답해 죽는 줄 알았다.

안 끝날 것 같은 시간이 지나고 고생했다는 의료진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 촬영실에서 나왔다.

마지막 뼈 검사 주사를 맞고 2-3시간이 지난 후 뼈스캔을 하는 것이다.

밥을 먹고 예약된 시간에 맞춰 뼈스캔을 하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검사 결과날이 다가오니 그동안 내가 건강을 잘 돌봤나. 스트레스받는 일은 많이 없었나.

하면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별일 없어야 하는데, 없겠지' 하면서도 만약에 상황이 안 좋다고 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평생 이렇게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끔찍했다.

수술하고 끝나는 병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매번 검사하고 결과 나올 때까지 떨리는 마음을 가족들에게 말하는 것이 친구들에게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영혼 없는 별일 없을 거야 라는 말도 싫다.

그럼 어쩌란 말이냐... 할 수 있는데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그냥 뿔이 났다.

누구에게 이야기해서 짐을 덜어내기보다는,

그저 수술할 때처럼 내가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숙제이다.


드디어 검사결과 당일

예약된 시간보다 20분 전에 도착했는데

진료 지연이 40분이었다.

유방암 센터에 앉을자리도 없이 빽빽하게 사람들도 많았다.

남편이랑 같이 온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많이 있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우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모두 담담하고 지루해했다.

그 와중에 나는 진료카드를 매만지며 손에서 나는 땀을 여러 번 바지에 닦으며 내 순서를 기다렸다.

'어차피 결과는 나왔어, 담담하게 받아들이자.' 하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씩씩한 주치의 선생님이 결과를 읽어주셨다.

왜 이렇게 검사한 항목들이 많은지 하나라도 이상이 있을까 봐 주치의 선생님 말씀이 끝날 때까지 두 손을 꼭 모으고 덜덜 떨고 있었다.


결과는 "모두 좋음" 이였다.


꼭 쥐었던 손을 풀고 얼굴을 감싸 쥐었다. 성적표 100점 맞을 때 보다 건강검진 100점 맞는 게 이렇게 행복한 것이다. (성적 100점 나온 적 없음)

주치의 선생님의 "모두 좋네요."라는 한마디에 진료실이 갑자기 핑크빛으로 보였다.

행복해서 정말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유방암은 수술 후 2년이 가장 중요해서 우리는 다음 6개월 검진하고 또 보죠."라고 하셨다.

나는 주치의 선생님 말만 듣고 "감사합니다."만 연신 하다 진료실 밖으로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몸에 좋은 음식 먹으면서 일찍 자면서 몸을 아껴야지 다짐했는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 맞다.

12시가 넘도록 안 자고 있다..... 잠이 보약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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