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대회까지 D-2
달리기로 글을 쓰다, 말다를 반복했다. (마지막 달리기 글 발행이 언제였나...)
춥기도 하고 한국사 공부한다고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이 한국사 공부가 상당히 중독성이 있다. 하지만 휘발도 참 잘되는 과목이다.
고려시대 열~~~ 씸히 외우면 조선시대 다 까먹고 조선시대 열~~~~ 씸히 외우면 한국광복군이 기다리고 있다.
시험 볼 때까지 무한으로 반복해서 보는 수밖에 없는데, 범위가 광범위하다 보니 지치기도 한다.
한국사 결과 발표가 오늘이었다.
심화 3급으로 억지로 통과는 했다. 1급을 목표로 준비했으나 (역시나 목표는 높게 잡는 게 맞는 것이다.)
3급으로 목표를 잡고 공부했으면 떨어졌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1급을 따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 다시 도전해봐야 하나 고민 중이다.
한국사 시험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달려봤다.
이젠 마라톤 대회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이라기보다는 나를 확인해봐야 한다.
5킬로는 뛸 수 있는데. 확실히 뛸 수 있는데 나는 나를 아직도 믿지 못하겠다.
확실한 건 하루 뛰고 하루 쉬고 그다음 날 뛰면 기록이 훨씬 단축된다는 것이다.
출근해서 피곤한 날이었지만 뛰러 나갔다. 날씨가 어느새 따뜻해졌다.
여태까지 5킬로의 기록을 살펴보면 50분을 넘기진 않았다.
나의 생애 첫 마라톤 대회의 목표는
5킬로는 무조건 뛰고, 50분 안으로 들어온다이다.
친구들에게 마라톤 대회에 나간다고 하면 웃음부터 먼저 나온다.
"야~ 이젠 하다 하다 마라톤까지 하는 거야?" 하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대단하다. 대단해."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면 딱 한 번만 '대단해'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어느 날 유방암 환자가 되어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 마라톤까지 왔다.
타목시펜을 먹으며 덥다 춥다를 반복한다. 갱년기 증상인가 싶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다가오는 갱년기도 이겨내고 싶고 아주 큰 이유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이다. 그래서 자연사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꿈이다.
나는 약간 목표지향적인 사람이다. (MBTI J이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향해 달리는데 나는 늘 나의 인생만 계획한다.
(여행은 계획은 잘 세우지 않는다. )
목표한 KM를 채우면 뭔가 어제 보다 멋진 내가 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큰 목표를 이룰 수 없으니 작은 목표라도 이뤄야 하루가 보람된다.
마라톤 하는 곳에서 배번호라는 번호가 택배로 왔다.
배번호를 달고 여러 사람들과 달릴 생각을 하니깐 도파민이 폭발이다.
빨리 마라톤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인생을 달리기와 비유를 많이 하는데
달려보니 찰떡 비유였다는 것을 뛰면 뛸수록 알게 된다.
핑계가 많은 게으른 러너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더 열심히 달려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