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 끓여 먹어볼까?
아침에 일어나 눈도 덜 뜬 상태에서 역시나 핸드폰을 열어 뉴스를 확인한다.
<작년 박사 10명 중 3명은 '백수' 역대 최고-조선일보>라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하필 박사과정 시작 전부터 이런 뉴스를 보고 말았다.
박사를 하기 전에도 고민이 많았는데 나의 고민에 불을 질르는 기사였다.
친구들이 묻는다.
"박사 해서 뭐 하려고?"말이다.
"그러게 말이야. 국이나 끓여먹어 볼까?"라고 대충 얼버무린다.
사실 꿈이 있지 왜 없겠나...
그러면 친구들이 "야 이제 미정이 척척박사 되겠다."라고 한다.
나 자신에 묻는다.
'진짜 너 어쩔라고 이러는 거야. 박사 졸업하고 아무것도 안되면?'이라고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불안하다.
나는 나를 잘 안다.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박사 과정도 짧으면 2년 길면 5년.... (아니면 더 길어질 수도... 미쳤다...ㅠㅠㅠ)
같이 일하는 조리장님도 박사 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니냐며 걱정의 눈빛을 보냈다.
친구들, 지인들, 가족들의 걱정보다 나 자신이 내 미래에 대해 훨씬 걱정이 많이 된다.
그런데 10명 중에 3명이 백수라고? 기사를 보고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진짜 미정아 너 어쩔래...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긍정회로를 돌려본다.
'그래 5명 아니고 8명이 아니라 3명이라잖아. 3명에 포함되지 않게 열심히 해보지 뭐' 라며 털어버린다.
굳이 굳이 나의 장점을 찾는다면 한번 시작하면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그러다 오후에 뉴스를 클릭했는데
<49개 대학에서 정원 1000명도 못 채웠다.-전자신문>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럼 교수를 뽑는 일도 적어질 것이고... 등등
내가 하는 박사과정도 학생이 딱 나 한 명이다.
이런 것만 봐도 대학이 어렵다는 게 느껴진다.
미정아 너 진짜 어쩔래...
열심히 돌렸던 긍정회로를 돌리다 돌리다 내가 돌아버릴 지경이다.
내일부터 대학원 조교로 출근하기로 했다.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괜히 조교까지 한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 불안하다.
내 안의 불안이 가 또 고개를 번쩍 든다.
쫄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꾸만 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