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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환자의 마라톤 도전기

경기수원국제하프마라톤대회

by 송 미정

6시 30분에 맞춰두었던 알람이 울린다.

드디어 오늘이다. 벌떡 일어났다. 빈속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아 배고프지 않지만

따뜻한 물 한잔과 샌드위치를 먹는다.

가족들을 깨운다. 달리기 시간은 8시 20분이지만 한 시간 일찍 가서 워밍업도 하고 마라톤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택시를 타고 수원종합운동장으로 갔다.

택시를 탄 건 신의 한 수였다. (차를 가져갔었다면 주차도 못하고 난리 날 뻔했다. )

택시 기사님이 "오늘 운동장에서 뭐해요?"하고 물었다.

"마라톤 대회가 있어요."라고 답했더니. "와~ 대단하시네. 잘 뛰시나 보다."라고 했다.

"네... 뭐...."라고 멋쩍게 웃었다.

기사님이 "대회에 참석하는 자체가 멋지십니다."라며 응원해 주셨다.

택시에서 내려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무서워, 떨려, 나 할 수 있을까? 나 뛸 수 있을까?"신랑에게 연신 물어봤다.

신랑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나에게 묻는말이다.

대회 당일까지 나를 믿지 못했다. '할 수 있어?'의 질문을 나에게 계속 던졌다.

경기장 안에 들어서니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큰 에너지를 뿜어내며 워밍업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핑크색 배번호를 달고 쭈뼛쭈뼛 사람들을 관찰한다.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노빠꾸. 진짜 물러설 곳은 없는 것이다.

8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하프 뛰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달리고 그다음 10킬로 달려 나갔다.

그다음 5킬로 '할 수 있을까' 하며 쫄려 있다가 출발선에 서있다.

이어폰을 꼭 쥐고 워치를 준비하고 땅 소리가 나면 달릴 준비를 했다.

MC분의 10초 카운트를 끝으로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뛰어나갔다.

달리는데 다리가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다. 왜 이러지... 왜 힘이 안 들지.'

오늘 컨디션 이상무!!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달려간다. 열심히 뛰어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앞질러 많이 갔다.

그러다 문득 내가 맨 뒤가 아닐까 싶어 떨리는 마음으로 뒤 돌아봤다.

'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내 뒤에서 뛰어오고 있었다.

반환점을 돌 때마다 미션을 완료하는 느낌이 들어 재밌기까지 했다.

나이가 많은 어르신, 아주 어린아이들, 그중에 단연 눈에 띄는 유모차를 밀면서 달리는 여성분을 봤다.

대단하고 응원해주고 싶었는데 쑥스러워 눈빛으로만 응원을 보냈다.

2.5킬로 반환점이 되니 급수대가 있었다. 나는 이제 겨우 2.5킬로 돌았는데 10킬로 뛰는 분들은 벌써 이곳까지 달려온 것이다.

어찌나 빨리 달리는지 종이컵의 물을 낚아채 마시고 바닥으로 종이컵을 던지는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물 마시면 몸이 더 무거워질까 봐 꾹 참고 달렸다.

2.5킬로까지는 괜찮았는데. 3킬로 넘어가면서 주위에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끝까지 달리고 싶어 입술을 여러 번 깨물었다. 그동안 달리면서 걷고 싶을 때마다 꺼냈다 필살기 나의 주문을 꺼내본다.


'포기만 하지 말자.'


사람들이랑 같이 달리다 보니 구간 기록이 엄청 단축되었다.

기존 45분이 가장 빠른 5킬로 기록인데 이 상태로 가면 40분에는 족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뛴다. 저기 운동장이 보인다.

그 길목에 경찰분이 서있는데. 하얀 장갑을 끼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해주었다.

나도 하이파이브를 했는데 그 하이파이브가 뭐라고 힘이 났다.

이제 진짜 500미터도 안 남았다. '거의 다 왔다. 힘내자'라고 나 스스로를 다독였다.

운동장 안 으로 들어갔고 신랑과 딸이 저 멀리서 손을 흔들어 줬다. 가족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벅차올랐다.

출발할 때까지 나를 믿지 못했는데 나는 해낸것이다.

마라톤 대회에서 걷지 않고 50분 안으로 들어오기가 목표였는데

나는 이번 대회에서 목표를 이뤘고 나만의 최고 신기록도 세웠다.


암환자가 되고 이렇게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고 그걸 해냈다.

암에 걸리고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절대 그런 것은 아니었다는 걸

오늘 달리기를 통해 또 한 번 느꼈다.


완주한 사람들에게 매달을 주는데 무게가 꽤 상당했다.

집에 올때까지 목에 걸고 왔다. ㅋㅋㅋ

2025.3.2 잊지 못할 하루가 되었다.

내년엔 10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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