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사 할 때 대표님이 출근시간을 자유롭게 해 줘서 여유롭게 출근했었다.
아침에 아이도 보내고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어 참 좋았었다.
다른 복지는 없었지만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출퇴근 자유는 가장 큰 복지였다.
어쩜 보너스 보다도 좋았지 모르겠다.
대학교에 조교로 출근하는 날 몸은 편할지 모르지만 출퇴근의 자유는 없다.
첫날이니 10분 먼저 출발했으나 아침 출근길 장난아니였다.
30분 안 도착한다고 했던 네비의 시간은 계속 늘어나고 첫날부터 지각할까 봐 엄청 조마조마했다.
학교 정문에 들어서니 51분, 다행히 지각하진 않았다.
정신없이 출근해 뭘 해야 할지 몰라 멀뚱이 노트북을 바라봤다.
1시간 후에 과장님이 오셔서 서류를 주셨다. 아무것도 모르는 일을 하려고 하니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을 먼저 봐야 할지 모르겠다.
"찬찬히 살펴보세요."라면 과장님은 서류를 나에게 전달했고,
교수님은 "미정 씨 시간 많이 남죠? 논문 열심히 읽어요."라고 했다. 교수님 말대로 시간은 있는데
내 할 일을 정확히 모르고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불안했다.
그렇게 또 불안이 슬쩍 올라온다. 이놈의 불안과 걱정은 언제쯤 괜찮아질 수 있을까....
영양사 할 적에는 점심을 공짜로 먹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내 돈 내고 점심을 먹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요즘 구내식당 한 끼 가격이 장난 아니다. (6,500원/9,0000원)
영양사 할 적에는 식대비 올려달라고 남는 게 없다고 관리자들에게 말했는데
막상 내가 사 먹어 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아 부담되는 금액이다.
급식을 먹으면서 '요즘 물가가 장난 아니구나.'싶었다. 식당에서 먹는 학생들도 많지만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먹는 학생들도 많이 있고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서 다니는 학생들도 많았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영양사가 아니니깐 점심시간에 편하게 보고 싶은 영상을 보면서 먹는다.
혼밥 하기 쑥스러울 것 같았는데 막상 혼자 먹으니 편하고 좋았다.
오늘은 수업이 있는 날이다.
사무실에 계속 혼자 있다 박사 준비하는 여러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니 좀 신나는 기분이 들었다.
교수님의 결론은 논문을 최대한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박사 준비학생의 수업은 나 스스로 연구의 주제를 찾아서 교수님에게 역으로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더 이상 1+1=2라는 것처럼 수업을 들으면 공부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공부해서 방향을 물어보는 것이 박사과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이 있는 것인데 나는 또 편한 지름길을 찾았었다.
공부에 지름길이라는 것은 없다고 최태성 선생님이 누누히 말씀하셨는데 말이다.
지금으로는 논문이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다.
하지는 이제부터는 관심이 있던 없던 닥치는 대로 논문을 읽어봐야겠다.
그전에 내일은 월요일이니 아침에 좀 서둘러 나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