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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지좀마

당당하게 걷기

by 송 미정

대학원 모임에서 우연히 찍힌 사진을 봤는데 잔뜩 어깨를 굽히고 있었다.

대학원 모임에만 가면 나는 자꾸 작은 사람이 된다.

대학원 모임뿐 아니라 대학원 수업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논문을 읽고 발표하는 수업이었는데 어찌나 떨렸는지 모른다.

이보다 더한 발표도 하고 방송출연도 하고 강의하는 영상도 찍었던 사람인데

그깟 남의 논문 읽고 발표하는 게 자리가 왜 그렇게 떨렸는지 싶다.

그날밤 내가 왜 그렇게 대학원 모임에서 어깨를 펴지 못하고 발표하는 자리가 떨렸는지 생각했다.

나도 모르게 쫄아있어서 그런 것이다.


태생적으로 겁이 많은 데다가 왠지 모르게 저 사람이 나보다 훨씬 잘났다고 생각하는 바람에

이미 마음이 한수 접혀 있었던 것이다.


운전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회전해서 차선 변경을 해야 했는데 혹시나 못하면 어쩌나 싶어

운전할 때마다 떨린다. 매번 가는 길인데도 늘 쫄아있다.

가다 보면 끼어들 수 있는 찬스는 늘 있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끼어들지 못해서 목적지에 못 간 적도 없는데 운전할 때마다 그렇다.


밤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늘 꽉 차있다. 주차할 때 없을까 봐 또 잔뜩 쫄아있다.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자리가 있길래 얼른 주차해서 넣었는데 차에서 내리고 보니 반대쪽에

빈 주차 자리가 많이 보였다. 괜히 쫄아서 다른 곳을 보질 못했다.


요즘 조교로 근무하면서 컴퓨터로 많은 작업들을 하는데

나는 사실 컴퓨터를 유능하게 잘 다루지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일을 하기도 전에 이미 쫄아있었다.

모르는 것은 찾아서 해결하면 되는데 걱정이 많았다.

그러니깐 쫄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자신없는 질문을 자꾸만 한다.

묻지 말고 '난 할 수 있어!' '난 될 수 있어!'라는 자신감 있는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내가 나를 자꾸만 믿지 못한다.


원하는 바를 100번 쓰다 보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한다.

쫄지말고 당당하게 가 올해 목표다.

이렇게 자꾸 생각하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 당당한 내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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