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똥벌레
마라톤 대회 이후 5킬로를 뛸 수 없게 되었다.
왜일까?
힘들어서 도저히 뛸 수가 없다. 5킬로 마라톤 대회도 나가봤으니 이번에 10킬로 도전하고 싶은데
힘들어 미치겠다. 어떻게 5킬로를 뛰었나 싶다.
포기하지 말자고 속으로 외치는데 3킬로도 많이 뛰는 것이다. 이젠 2킬로 밖에 달리지 못하겠다.
빨리 달리는 것도 아니고 원래 달렸던 그 속도로 똑같은 환경에서 달리고 있는데 뛰지 못하겠다.
목표가 없어져서 그런 건가?
한국사 시험을 다시 한번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저번에 봤던 시험지를 펼쳐놓고 다시 풀어봤는데 깜깜하다.
틀린 것은 몰라서 그렇다 치는데 맞은 문제들은 어떻게 내가 맞췄는지 기가 막힌다.
처음 공부할 때는 겁 없이 무작정 시작했는데
다시 공부하려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싶다.
1급을 따려고 다시 마음은 먹었는데 책을 펴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
이건 목표가 있는데도 하기가 싫다.
주말만 되면 아무것도 안 하고 낮잠만 실컷 잔다.
그러다 해가 지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밀린 집안 살림도 보이고 해야 할 공부들도 보인다.
자기 전 주말에 시간을 알차게 쓰지 못한 내가 미워진다.
이 밤의 끝을 잡고 싶은 심정이다.
브런치에 글을 하도 안 올렸더니
'글쓰기는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답니다. '
라는 알람이 왔다.
그 알람을 받고 얼마나 글을 안 썼나 떠올린다.
글뿐만 아니다 고백하자면 책도 읽지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시간만 남으면 핸드폰을 보며 도파민에 절여져 사는 것 같다.
달려지지 않는 건 목표가 없어져서 이고
한국사 시험공부를 다시 못하겠는 것은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고
주말만 되면 자고 싶은 건 게을러서이고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는 것,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모두 도파민 중독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나는 다 안다.
역시 나는 알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다.
나는 개똥벌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