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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조교의 점심시간

영양사일 때는 몰랐지.

by 송 미정

대학원 조교로 근무한 지 한 달째다.

아침 출근길 러시아워를 피해 운전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대학원 조교로 근무하면서 처음으로 온전한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

영양사로 근무할 때는 점심시간이 업무 중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다들 밥 먹고 있을 때 맛있게 먹고 있나 살펴본다거나 국 배식을 한다거나

반찬 부족한 것 있으면 채워주면서 남들과는 다른 점심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약 20년을 말이다.

그러다 처음으로 나만의 점심시간을 갖게 되었다.


점심은 학교 구내식당에서 먹는다.

맨날 혼밥이지만 나에게 주어진 딱 한 시간의 점심시간이 무지 행복하다.

좋아하는 영상도 보고 반찬과 밥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는다.


영양사일 때는 밥값이 비싸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는데 요즘은 점심값이 만만치 않구나 싶다.

영양사일 때는 밥 먹는 것의 기쁨을 몰랐다. 그저 시간이 되어 억지로 한술 뜬다 라는 느낌이었다.

이제야 예전에는 몰랐던 점심시간의 밥 먹는 기쁨이 느끼고 있다.


점심을 먹고 난 후 좀 쌀쌀하기도 하지만 캠퍼스 곳곳을 산책한다.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도 천천히 본다.

학교가 산에 있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며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어 참 좋다.


석사시절에는 캠퍼스를 즐길 수가 없었다. 그때는 불행히도 코로나 시절이었고 더군다나 야간에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매일 깜깜한 밤에 나와 캠퍼스에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몰랐다.

박사 하면서 조교로 출근하지 않았다면 석사 때와 마찬가지로 캠퍼스를 누비지 못했을 텐데

요즘은 온전히 학교를 즐기고 있다. 점심과 잠깐의 산책이 엄청난 힐링이다.


가끔은 교문 밖으로 나가 맛있는 커피를 사 먹기도 하고 동료와 점심시간에 밖으로 나가 외식하는 것 등이

나의 조교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드는 것 같다.


영양사 일 때는 몰랐다.

왜 그렇게 직원들이 메뉴를 궁금해하는지,

왜 그렇게 밥에 집착하는지 말이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누구보다 직장인들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직장인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법이였다. 나는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왜 그렇게 고대하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다.

지금의 나도 근무시간 중 하루 중에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점심시간 이다.

월요일 아침에 오면 이번 주 메뉴가 뭔지부터 확인한다.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면 점심시간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오전시간을 보낸다.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걸

경험하고 나서 진하게 느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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