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은 개뿔
나는 원래(?) 아침잠이 많은 사람이다.
궁금하다.
나이 먹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는데 대체 몇 살이 되어야 아침잠이 없어지는지 말이다.
그런 내가 2019년에 미라클 모닝을 1년 동안 했었다.
미라클 모닝을 해야 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성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습관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것이였다.
일찍만 일어나면 되는데... 미라클 모닝이라는것만 따라하면 나도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한 달, 두 달만 하면 습관이 되어 아침에 벌떡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역시 그런 기적은 없었다. 한 달, 두 달... 열두 달이 넘어갈 때까지 곤욕이었다.
힘들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어 새벽 5시 억지로 일어나 요가도 해보고 명상도 해보고 대학원 공부도 하고 필사도 하고 책도 읽어봤다.
방해받지 않는 고요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맑아지기는커녕 너무 고요해 다시 잠들기 일쑤였다.
겨울이라 아침이 추워서 잠드는 걸 꺼야. 여름에는 괜찮겠지 싶었다.
앉아 있으면 졸리니 여름엔 아침에 일찍 공원에 나가 만보 걷기를 하고 들어와 허겁지겁 아침밥을 배 터지게 먹고나서 낮잠에 든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신랑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 낮잠을 저렇게 자면 전과 뭐가 달라진 거냐고 물었다.
잠은 총량은 똑같다면서 놀렸다.
성공하는 사람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잠을 줄여서 성공한 것인데
나는 잠을 줄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꾸역꾸역 1년을 미라클 모닝을 했지만 하고 깨달은 바는 나는 절대 아침형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차라기 밤에 조금더 하고 자야겠다고 다짐했다.
사람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한국사 공부를 아침 일찍 일어나 맑은 정신으로 해봐야겠다고 또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알람으로는 도저히 안돼서 출근하는 신랑보고 나를 흔들어 깨워달라고 했다.
신랑이 몇 번 깨워줬지만 역시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일어나지 못했다.
그런 내가 한심해
"여보, 내일 아침에는 내 얼굴에 물을 뿌려줘. 그럼 벌떡 일어나겠지."라고 했다.
신랑이 "너무 놀래서 심장마비 오는 거 아니야?"라고 했다.
"그런가? 그럼 얼굴 말고 발에 물 뿌려줘. 아침에 꼭 뿌려 알겠지?"
신랑은 진짜 왜 저럴까 하는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다음날 아침 신랑이 정말 발에 물을 뿌렸다. 너무 놀래 벌떡 일어났지만
일어나야겠다는 의지가 없어서 그런지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눈은 떴지만 책상 앞에 앉지 못하고 핸드폰을 켜고 도파민의 세계로 빠져들어간다.
이처럼 물을 뿌려도 못 일어나는 내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할 일이 있으면 새벽같이 일어나고
아이 소풍 도시락 싸야 할 때도 새벽같이 일어난다.
한국사 시험이 날도 새벽같이 눈이 떠졌고
마라톤 대회날에는 알람소리보다도 먼저 일어났다.
이렇게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일어나는데
마음이 없으면 천지가 개벽해도 일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어떤 마음먹기?
꼭 해야겠다는, 꼭 이루겠다는 간절한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