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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맛과 이별한지 열흘째

by 송 미정

나는 아메리카노보다 바닐라라떼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나서는 우유 대신 두유를 넣어 마시며 나름 건강을 생각해왔다.
그렇게 1년 동안, 바닐라라떼는 나에게 일종의 위로였다.

하두 많이 먹어서 맛있지도 않고, 정말 마시고 싶은 건지도 헷갈릴 때가 많았지만

하루라도 안 마시면 어딘가 허전했다.


며칠 전, 같은 날 수술을 받았던 언니를 오랜만에 만났다.
나는 최대한 날씬해 보이는 옷을 골라 입고 나갔다. 그런데 언니가 말했다.

“어머, 미정씨 살이 좀 쪘어?” 그 말에 꽤 충격을 받았다.

나는 늘 조심히 먹는다고 생각했고, 운동도 꾸준히 해왔다.
폭식을 하지도 않고, 야식은 절대 안먹고, 술과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게다가 마라톤 대회에 나갈 정도로 운동도 하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미정씨, 단커피 좋아하죠? 과자도 자주 먹고.”
“어떻게 아셨어요?”
“밥 조금 먹는다고 해도, 단 거 많이 먹으면 소용없어요. 그거 끊어봐요. 살 빠질 거예요.”

그날 집에 돌아오며,

‘그렇게 안 빠지던 살이 단커피랑 과자만 끊어도 빠진다고? 그럼 이번 기회에 한번 끊어볼까?’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20년 넘게 곁에 두었던 단맛과 이별해보기로.


이런 결심은 조용히 해서는 안 된다.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 실천이 가능하다.
그래서 친구들이 있는 단톡방에 올렸다.

“나 이제 바닐라라떼랑 과자 안 먹을 거야.”

돌아온 친구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너 그거 못 끊어.”
“그거 먹는다고 살 찌는 거 아니야.”
“그냥 먹고 살아. 인생 짧아.”라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조리장님도
“영양사님, 단 거 많이 드시는 것 같지도 않은데요? 살이 어디가 쪘어요?”


그런데 내 남편과 엄마는 다르게 말했다.

“그것만 끊어도 살 빠질 거야.” 남편은 예전부터 계속 말해왔다.

다른 거 아무것도 하지 말고, 단커피부터 끊어보라고.

그래서 지금, 나는 실천 중이다.

밥 먹고 입가심으로 먹던 사탕도, 무심코 꺼내던 과자도 이제 입에 대지 않는다.
날씨가 흐리면 달달한 커피가 당기지만 꾹 참는다.

친한 친구들은 실패할 거라고 했지만, 오늘로써 열흘째다.

아직은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과연 얼마나 살이 빠질까.

내 참을성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나는 지금, 나를 지키기 위해 단맛과 이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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