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팔찌 하나에 식은땀 흘리는 남편

시력은 흐릿해도 사랑은 선명해

by 송 미정

영양사 일을 그만두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껏 악세사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귀걸이, 반지, 시계까지.
그동안 못했던 걸 하나둘 꺼내며 작은 것들에 마음을 주는 요즘이다.

여름이니 팔찌 하나쯤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팔목이 가늘어 보이는 디자인을 골라 고심 끝에 하나를 샀다.

왼손엔 시계를 차야 하니, 팔찌는 오른쪽.
오른쪽에 차려다 보니 혼자서는 채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랑을 불렀다.

"여보, 나 팔찌 좀 채워줘."

요 근래 노안이 온 신랑은 두 손이 자유롭지만, 가까운 게 보이지 않아 팔찌 하나 채우는 데도 쩔쩔맨다.
연애할때는 목에 목걸이도 척척 걸어줬었는데 이제는 내 목에 목걸이도 걸어줄 수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그만큼 세월이 많이 흘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연필꽂이에서 돋보기를 꺼내더니,

“이거 좀 들어봐” 하고는 내 눈앞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나는 그의 눈높이에 맞춰 돋보기를 들고 그는 두꺼운 손으로 작은 팔찌를 끝끝내 내 팔에 채워줬다.

돋보기를 들고 있는 내가, 쩔쩔매는 그가 이 상황이 너무 웃겨 배꼽을 잡았다.

젊었을때 처럼 한 번에 착- 하고 걸어줄 수는 없었지만, 어떻게든 해보려는 그 마음은 여전하다.

눈이 침침해지고, 검은 머리엔 흰머리가 섞이더라도 마음만은 그때 그대로, 나를 향해 있는 사람이다.

이 팔찌 덕에 신랑의 변치 않는 마음을 알게 되어 참 고맙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단 맛과 이별한지 열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