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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마리로 여름을 이기는 법

삼계탕보다 간단한 집밥메뉴

by 송 미정


영양사로 일하던 시절, 복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저절로 땀이 났다. 더워서가 아니라, 복날은 정말 신경 써야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회사 대표님들은 더운 여름에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꼭 보양식을 챙겨달라는 당부에 따라 며칠 전부터 삼계닭을 주문해 두고, 배 속엔 찹쌀과 마늘을 넣어 정성껏 준비했다.

복날 아침, 닭과 함께 주방도 푹 삶아지듯 뜨거워졌다.
하지만 고객들이 국물까지 싹 비운 빈그릇을 보면, 덥고 힘들었던 마음이 싹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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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삼계탕 만들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땐, ‘닭곰탕’을 추천한다.

닭 한 마리를 깨끗하게 씻고, 양파·마늘·대파를 넣어 푹 넣어 끊이고 닭이 익으면 뼈를 발라낸다.

육수엔 무를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그다음 닭 살을 다시 넣고 바글바글 한 번 더 끓여주면 끝이다.


닭곰탕에 추가로 당면을 넣어도 좋고, 남은 육수로 닭죽을 만들면 정말 맛있다.
닭죽에는 당근, 호박 같은 야채 썰어 넣고 밥을 넣어 소금과 후추로 간만 맞추면 간단하면서도 영양 듬뿍 메뉴이다. 닭죽은 우리 아이가 어릴 적, 미역국 다음으로 자주 끓였던 메뉴다. 입맛 없고 소화 안 되는 날, 특히 시험 앞두고 예민할 때 엄마표 닭죽 한 그릇이면 속도 편하고 기운도 난다.

뼈 있는 닭으로 요리하기가 부담스럽다면, 닭가슴살이나 닭다리살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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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만들어볼 음식은 닭칼국수다.

닭칼국수를 만드는 방법은 닭을 삶아 육수를 낸 뒤, 건져 놓고
감자, 당근, 호박, 칼국수 면을 육수에 넣고 푹 끓인다.
마지막에 닭 살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면 끝.

이때 겉절이 하나 곁들이면, 우리 집이 진짜 칼국수 맛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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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닭요리만 먹다 보면 좀 물리기도 한다. 그럴 땐 낙지전골이 제격이다.

급식 현장에서 내가 제공했던 메뉴 중 고객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게
바로 '소고기낙지전골'이었다.

전골냄비에 알배추, 소불고기, 당면을 넣고 끓이다가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낙지를 넣어 바글바글 끓여서 내면 된다. 국물이 진하고 깊은 맛이 나서, 더운 날 기운 없을 때 최고였다.

‘쓰러진 소도 일어난다’는 말처럼, 기운 없을 때 이만한 음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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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가면 꼭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방갈로에서 먹던 닭 백숙이다.

백숙이 끓는 동안, 옆 계곡 물에 수박을 담가놓고 발 담그고 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온 가족이 계곡 수박을 둘러앉아 먹던 그 시절, 요즘 아이들은 알까 모르겠다.


여름엔 시원한 음식도 좋지만, 땀 흘리며 뜨끈한 국물 한 그릇 먹는 게 진짜 여름을 이기는 방법이다.

입맛 없고 기운 빠지기 쉬운 요즘 같은 날, 든든한 보양식 한 그릇으로 올여름 건강하게 이겨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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