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없이 살아보기, 15일째 기록
단맛과 이별한 지 15일이 지났다.
날짜에 집착하게 되는 건, 나의 목표가 ‘한 달’이기 때문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 결심한 일인데, 괜히 신랑에게 투정을 부리게 된다.
"당신이 단 거 안 먹으면 살 빠진다고 했잖아? 15일이나 지났는데 왜 하나도 안 빠지는 거야?
한 달 됐는데도 그대로면, 나 다시 단 거 먹을 거야."
짜증 날 법도 한데 신랑은 웃으며 말한다.
"한 달 하면 빠질 거야. 조금만 더 해보자."
매일매일 ‘딱 한 모금만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어차피 마셔봤자 아는 맛이지.’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렇게 또 하루를 견딘다.
신기하게도 단 커피를 끊었더니, 아메리카노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잠이 잘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피곤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대신 생수를 많이 마시려 한다.
무조건 참는건 어려우니
중간중간 수박 한 조각, 콤부차 한 잔이면 단 음료 생각도 사라진다.
나는 과일을 거의 먹지 않던 사람이었다.
껍질을 까는 것도 귀찮고, 쓰레기 처리도 번거로웠다.
하지만 병을 앓고 난 뒤부터 달라졌다.
매일 아침 사과를 깎아 먹고, 블루베리를 챙겨 먹는다.
이제는 단 커피 대신 수박을 찾는다.
예전엔 가족이 수박 사자고 하면 늘 말렸다.
“버릴 것도 많고, 어차피 다 못 먹잖아.”
그랬던 내가 지금은 군것질 대신 시원한 수박을 꺼내 먹는다.
탄산음료는 원래 마시지 않던 편이라 크게 그립진 않지만, 운동 후 콤부차 한 모금은 참 좋다.
살짝 달콤하지만 당류 0%로 갈증을 단번에 사라지게 해준다.
요즘 우리 집 냉장고에는 알록달록한 과일과 채소가 가득하다.
우유 대신 두유가 자리하고 있고, 하나둘 식습관이 바뀌고 있다.
하지만 요상하게 체중계의 숫자는 요지부동이다.
포기하고 싶던 찰나, 회사 과장님이 물었다.
“살 빠졌어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 들어본 게 언제였던가.
“네?” 하고 되묻자, 과장님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엄청 날씬해 보여요.”
예쁘다, 어려 보인다는 말보다
‘날씬해 보인다’는 말이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은 몰랐다.
요 몇 년, 그 말 한마디를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 말 한마디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래, 포기하지 말고 조금 더 해보자.’
신랑 말대로, 내 몸은 철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조금씩, 천천히 변화하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왜 우리는 이토록 참고, 인내하며 살아야 할까.
단맛도 참아야 하고 , 유튜브 대신 독서를 하며 또 참는다.
재밌는 걸 참아야 하고, 힘든 것도 참아야 하는 삶.
그래도 오늘을 잘 참아낸 나, 내일을 기대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