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대신 초콜릿케이크, 이게 찐 사랑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생일이나 기념일이 그저 그런 하루가 되는 것 같았다.
말은 그렇게 해도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건, 여전히 설레고 고마운 일이다.
특히, 초콜릿케이크 하나에 4시간을 투자한 그 사람이라면 더더욱.
예전에는 생일, 기념일이 중요해서 한 달 전부터 뭐 할까 고민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생일이나 기념일은 점점 특별하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여전히 이런 날을 특별하게 기억해 주길 바라는 작은 기대가 남아 있다.
생일 당일, 친구들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들이 참 반가웠다.
“생일 축하해.”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바쁜 하루 속에 나를 기억해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웠다.
선물을 주고받지 않아도, 진심 어린 마음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친구가 장난처럼 물었다.
“오늘 가윤 아부지가 이벤트 해주는 거야?”
나는 웃으며 답했다.
“이벤트가 뭐냐? 기억도 안 난다. 이벤트 해줬던 신랑은 이제 없어. 그냥 맛있는 거나 먹는 거지.”
이벤트라는 말에 조금 오글거리면서도, 마지막 이벤트가 언제였는지 아득했다.
그래도 생일이니 치팅데이처럼 생각하며, 요즘 꾹 참고 있던 단 음식을 허락해 줄까 고민 중이었다.
사실 며칠 전부터 너무 먹고 싶었던 케이크가 하나 있었다.
청주에 있는 ‘우리 베이커리’의 초콜릿케이크.
그 케이크가 얼마나 맛있다는지 입에 침이 고일 정도로 후기만 찾아봤다.
“다른 선물은 필요 없고, 그 케이크 먹고 싶다”라고 신랑에게 한마디 한 기억이 난다.
그렇게 더위를 뚫고 집으로 돌아왔다.
회사에서 하는 것도 없는데, 집에 오면 왜 이렇게 축 늘어지는 걸까.
소파에 반쯤 기대어 티브이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아직 퇴근 시간이 한참 남은 신랑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현관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신랑 손에는 케이크 박스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이게 뭐야?”
내가 말했던 바로 그 케이크였다.
‘우리 베이커리’의 초콜릿케이크.
그 순간,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반차 내고 청주까지 왕복 4시간 운전해서 다녀왔어. 예약 안 하면 못 산다고 해서 미리 예약했지.”
나는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장거리 운전도 싫어하고, 효율을 따지는 실리주의자인 그 사람이 직접 다녀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
내가 SNS로 몇 번이고 들여다봤던, 바로 그 케이크.
한 스푼 크게 떠서 입에 넣는 순간,
‘눈을 먹었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게 사르르 녹았다.
생크림이 가볍고 달지 않아서 부담도 없었다.
그동안 간식을 안 먹었더니 초코가 더 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맛있는 케이크와 신랑의 사랑까지 먹어서 기분 좋은 치팅데이였다.
산책하는 길에
“오빠, 내가 얼마나 소박해. 갖고 싶은 선물이 명품가방이 아니고, 초콜릿케이크라니.”
내가 은근히 감동에 젖어 말하자, 신랑이 능청스럽게 받아친다.
“미안, 명품가방은 진짜 안 될 것 같아. 소박해서... 다행이다 정말.”
순간 웃음이 터졌다.
어쨌든 초콜릿케이크는 맛있었고, 나는 행복했다.
크게 바란 것도 없는데
그 작은 케이크 하나에 사랑이 듬뿍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랑의 사랑이 듬뿍 들어있는 초콜릿케이크 때문에 올해 생일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