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적인 다이어트 식단 일기
병원 정기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11시 예약이라 아침에는 집안일을 부지런히 끝내고 병원으로 향했다. 도로는 한산했지만 주차장은 여느 때처럼 만차였다. 자리를 찾아 몇 바퀴를 돌고 나서야 간신히 차를 댈 수 있었다. 여유 있게 도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늘 시간과 마음이 촉박하다.
예약시간에 맞춰 헐레벌떡 들어갔지만 대기가 많아 결국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대기 의자에 앉아 대학원 과제를 외우다 지루하면 영상을 보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서서히 내 차례가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점점 더 두근거렸다.
언제 오나 했던 진료 순서가 점점 다가왔고 문 앞에서 이름이 불리는 순간 뒤돌아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도망칠 수도 없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면 언제나 환하게 맞아주는 주치의 선생님 얼굴
그 반가운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의자에 엉거주춤 앉는 동시에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검사 결과 봅시다. 수치 모두 좋습니다. 호르몬도 잘 억제되고 있고, MRI 상에도 깨끗해요.”
그 한마디에 긴장이 풀리며 눈물이 고였다. 주치의는 내 눈빛을 보고 다시 다독여주셨다.
“환자분, 너무 걱정 마세요. 이렇게 자주 검사하잖아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 해도 큰일 안 일어나요.”라는 말에 참아왔던 눈물이 그제야 터졌다. 유방암 센터에서는 어느 누구도 울지 않는데, 늘 나만 우는 것 같다.
검사받는 것도 힘들고 검사 결과 듣는 것도 아직은 많이 힘이 든다.
언제쯤, 몇 살이 되면 모든 상황을 대범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다.
짧은 진료가 끝나고 병원을 나서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좋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니, 어제 남편과 다퉜던 일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이 흐려졌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했던가. 남편도 당뇨 검진을 다녀왔는데, 당화혈색소가 크게 개선되어 인슐린 주사를 당분간 맞지 않아도 된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암 환자와 당뇨 환자, 두 사람의 오늘은 오랜만에 함께 웃는 날이었다.
또 한 번 느꼈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이 최고라는 것을...
<오늘의 식단>
아침 9시 30분
그릭요구르트 2T, 치아시드, 그레놀라 알룰로스
점심 1시 30분
일반식 빵 반 개 아메리카노
저녁 6시 30분
사과 땅콩잼, 무화과 냉토마토국수
걷기 운동만 7천 걸음 함
이날은 하루종일 배가 고팠던 날인데
아침에 체중 재보니깐 300그람이 빠져있었다.
역시 신랑 말처럼 살 빼려면 계속 배고파야 하는가...
-300그람 빠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