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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도 없는 체중계

아주 사적인 다이어트 식단 일기

by 송 미정

오늘도 어김없이 체중계에 올랐다. 결과는, 변함없음.

단 100g도 움직이지 않았다. 체중계는 늘 그렇듯 냉정하다.

점심에 교수님들과 들깨칼국수를 먹은 게 문제였을까.

아니면 저녁에 괜히 양념된 닭다리를 먹어서 그런 걸까. 운동이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화장실을 못 가서 그런 걸까.
문득, ‘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자기 전 유튜브에서 눈길을 사로잡은 제목이 있었다.

“이것만 지키면 한 달에 몇 킬로는 빠진다.” 윤은혜의 다이어트 10 계명이었다.
공복 시간 12~16시간 지키기,
하루 1~2리터 물 마시기,
식사 중 물 마시지 않기,
잘 자기, 스트레스받지 않기… 등

머릿속으로 하나하나 떠올려보며 나는 과연 잘 지키고 있는지 되짚어본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이 10 계명이 갱년기 여성에게도 통할까 싶었다.


타목시펜을 복용하면서 생리가 점점 멀어졌다.
이제는 세 달째 오지 않는다.
사람들은 생리 직후 일주일이 다이어트의 황금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다려도 오지 않는 생리 앞에서, 그 황금기 마저 이제 내게 없는 것 같다.

중년 여성의 다이어트가 힘든 이유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체질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살 빠지는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


이토록 느리게 변화하다 보니, 금세 지치고 포기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체중계는 오늘도 자비가 없다.


그나저나 저녁에 또 약속 있는데 정말 망함이다.

자비 따위를 바랄 수 없는 내일이다.



<오늘의 식단>

아침 9시

사과, 땅콩버터, 구운 계란 1개, 빵 반쪽

당제로 커피라테 100g


점심 11시 40분

일반식

들깨수제비, 보리밥, 수육


저녁

사과, 땅콩버터, 무화과 1개, 닭다리데리야끼조림 3개


걷기 50분, 윗몸일으키기 50번, 스쾃 2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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